경제
LG화학·SK이노 배터리 소송 최종 선고 또 연기
입력 2020-10-27 05:35  | 수정 2020-10-27 11:03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26일(현지시간)로 예정됐던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결정을 12월10일로 또다시 연기했다. 연기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ITC는 한국 시간으로 27일 오전 4시께 위원회 투표를 통해 최종 결정일을 재연기했다고 밝혔다. 연기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당초 지난 10월 26일로 예고됐던 선고 일정도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이달 26일로 한차례 연기된바 있다.
 두차례 연기에 대해 업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과 함께 ITC의 고심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모두 미국 현지에 진출해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이 패배할 경우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미국 언론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패배할 경우 조지아주의 SK이노베이션 공장과 공급처인 미국 자동차 회사의 공장 가동이 불투명해지는 만큼 대선을 앞두고 있는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이 ITC 판결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최종 선거 연기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어느 쪽에 유리한 것인지를 두고도 상반된 의견이 나온다. 만약 SK이노베이션이 패배하고 차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이하게 된다. 대선 전 패소 판결을 받았다면, 일자리 등을 고려해 트럼프 대통령이 충분히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차기 대통령 또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역대 어떤 대통령도 영업비밀 침해건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한 적이 없는 만큼 업계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선거 연기가 재검토와 관련된 문제라면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반길만한 일이다. 지금까지 조기패소 판결이 번복된 적이 없었지만 검토가 오래 이어질 만큼 시간이 필요하다면 SK이노베이션이 바라는 '리맨드' 지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ITC의 최종 선거일이 연기된 뒤 양측 모두 ITC 소송에 성실하게 임할 것과 함께 합의와 관련된 입장을 내비쳤다. SK이노베이션은 "소송의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없앨 수 있도록 양사가 현명하게 판단하여 조속히 분쟁을 종료하고 사업에 매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으며 LG화학 또한 "경쟁사가 진정성을 가지고 소송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는 일관된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4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ITC에 제소한데 따른 것이다. 발단은 인력 유출이었다. LG화학은 2017년부터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연구개발, 품질관리, 구매, 영업 등 분야에서 76명의 핵심인력을 빼갔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은 두차례에 걸쳐 관련 내용에 대한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답이 없자 결국 소송 절차에 돌입했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해 6월 국내에서 LG화학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LG화학이 근거없는 소송을 제기해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을, 8월에는 똑같이 미국 ITC에 LG화학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1월,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소송과 관련된 자료 삭제 등 증거인멸 정황이 포착됐다며 ITC에 조기패소 판결 등 제재를 요청했고, ITC는 올해 2월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3월로 예정됐던 '변론' 절차 없이 10월 5일로 예정됐던 최종 결정만 남은 상황에서 두차례 연기됐다. SK이노베이션은 이의신청을 했고 ITC는 이를 받아들여 전면 재검토를 결정했다. 다만 재검토 역시 통상적인 절차로 조기패소 판결이 뒤집혀진 사례는 없었던 만큼 업계는 LG화학이 여전히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보고 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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