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범논란'을 빚은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재판의 증인으로 채택된 이춘재(56)가 내달 2일 법정에 출석할 예정이지만, 법원의 촬영 불허로 사진 촬영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사건 재심을 맡은 수원지법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는 오늘(26일) 이춘재에 대한 언론의 사진·영상 촬영 요청에 대해 "허가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조직법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거나, 피고인의 동의가 있을 때에는 공판 개시 전이나 판결 선고 시에 법정 내 촬영을 허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춘재가 피고인이 아닌 증인의 지위에 불과하다며 촬영을 불허했습니다.
증인은 공판이 시작된 이후 재판장이 이름을 부르면 방청석 등에서 증인석으로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공판 개시 전'에 촬영 허가가 가능하다고 한 규정을 따르면 사실상 촬영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증인인 이춘재를 미리 증인석에 앉도록 해서 촬영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재판부 내부 의견도 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재판부는 "이춘재는 피고인이 아니라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한다"며 "증인은 공판이 시작된 이후 증인석으로 나오게 될 텐데, 관련 규정상 촬영을 허가할 수 없고, 질서 유지 측면에서도 적절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1980년대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연쇄살인사건을 저지르고도 30년 넘게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이춘재가 처음으로 재판을 통해 일반에 공개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으나, 법원의 불허 결정으로 이춘재의 얼굴 촬영 및 공개는 어려워졌습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11일 이춘재 8차 사건에 대한 직접 수사에 나서면서 형사사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이춘재의 실명을 공개했습니다. 경찰 또한 엿새 후 심의위를 열어 이춘재의 이름을 공개했습니다. 얼굴은 공개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이춘재의 실명은 이미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바 있지만, 양대 수사기관에서는 선언적 의미에서라도 그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고 보고 이같이 결정한 바 있습니다.
한 언론사 사진기자는 "30년 넘게 미제로 남겨져 있던 사건의 '진범'으로 의심돼 국민적 관심이 높고, 이미 신상이 공개된 상황이어서 법원의 협조를 기다렸는데 아쉽다"며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도 법원이 재고해줬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씨 집에서 13세 딸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지칭합니다.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된 윤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상소하면서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2심과 3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씨는 이춘재의 범행 자백 이후인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올해 1월 이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변호인 양측은 모두 이춘재를 증인으로 신청했으며, 법원은 그를 증인으로 채택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