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의 별세로 삼성그룹 상장사들에 대한 주가 향방에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우선주의 급등이 눈에 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호텔신라우와 삼성물산우는 장 초반 가격제한폭까지 칫솟더니 각각 전거래일보다 29.97%(1만9300원), 29.86%(2만8400원) 오른 8만3700원, 12만3500원에 장을 마쳤다. 특히 삼성물산우 거래량이 57만주로 전일 일평균거래량의 208배 가까이 폭발했다.
고(故) 이 회장은 삼성생명 지분 20.76%를 보유한 1대 주주로, 삼성전자 주식도 4.18% 갖고 있다. 향후 삼성그룹이 이 회장 지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다. 증권가에 따르면 상속 지분의 가치를 반영해 상속인들이 내야하는 상속세 규모만 10조3000억원에 이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 등 상속인들이 나눠 납부해야 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향후 배당력이 높아져 우선주의 주가 상승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삼성물산우의 경우 기관과 외국인이 팔아넘기는 동안 개인투자자 홀로 2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호텔신라우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7.3%를 기반으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다. 앞으로 삼성물산의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주가 급등에 한몫한 셈이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이 부회장이 17.3%의 지분보유로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상황에서 최소한 삼성물산의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의사결정의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라며 "총 10조3000억원의 상속세를 상속인들이 나눠 납부해야 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향후 배당증액의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의 배당을 강화하는 반면, 삼성생명 지분과 삼성SDS의 지분은 처분하는 시나리오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삼성그룹에서 삼성생명과 삼성SDS 지분 가치 극대화를 위한 주가 부양책 등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 이에 따른 주가 상승세도 나타났다.
삼성SDS는 5.51%, 삼성생명은 3.80% 오른채 장을 마감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 부회장의 지분율이 가장 높은 삼성물산의 그룹 내 중요도는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며 "삼성SDS의 경우 주식담보대출 혹은 매각 등 상속세 납부 측면에서의 시나리오상 주가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김규리 기자 wizkim61@mkinternet.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