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별세 이후 삼성물산이 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며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26일 오전11시 기준 삼성물산은 전 거래일에 비해 18% 가량 상승한 12만30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에스디에스 8%, 삼성생명은 7% 전후로 오르고 있고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 이내로 상승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급등한 데는 삼성물산이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가 될 것이란 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후계자인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 계열사 중 지분이 가장 많은 회사로 지분 17.3%를 보유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때는 이 회장이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삼성생명(20.8%)을 통해 주력 회사인 삼성전자를 지배해왔다. 즉 '이건희 회장→삼성생명→삼성전자'의 구조가,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의 구조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여러 시나리오를 종합해볼 때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으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율이 가장 높은 삼성물산의 그룹 내 중요도는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배구조 외에도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상속세 이슈가 주가 상승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그룹의 오너가가 이건희 회장의 지분(18조2000억원)을 상속받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삼성생명,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의 배당정책이 강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속세를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은 보유지분의 배당금과 가족들의 개인적인 파이낸싱 방법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삼성전자의 새로운 주주환원이 좀 더 확대되는 방향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 삼성전자 주가에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생명은 삼성화재·카드·증권·자산운용 등 금융 계열사 지분구조 정점에 있는데 이들 금융 계열사들의 주주 친화정책이 유지될 전망"이라며 "삼성생명의 배당금도 상속세의 주요 재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상속 이후에 이뤄지며 결국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전자'의 구조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지혜 신영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보험 관계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인수해 지배구조가 삼성물산-삼성전자로 단순화되는 시나리오의 실행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이라며 "보험업법 개정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수관계자의 상속과 동시에 지배구조 개편을 실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보험사의 관계사 주식가치를 기존의 취득원가에서 시장가로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보험업법 개정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총자산의 3% 이하로 줄여야 한다. 이경우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함으로써 기업가치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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