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학교에서 학부모에게 돈봉투 촌지나 선물·회식비 등 불범 찬조금을 받는 일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전국 초·중·고 불법찬조금 적발내역 및 조치결과'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최근까지 전국 초·중·고교에서 적발된 촌지·불법 찬조금 규모는 총 63개 학교, 24억6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35개 학교에서 21억7000여만원이 적발돼 전체 금액의 88.5%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울산 3개 학교 1억1170만원, 전북 2개 학교 7590만원, 대구 2개 학교 3840만원, 부산 3개 학교 2850만원, 인천 7개 학교 2211만원, 서울 9개 학교 467만원, 충남 1개 학교 440만원, 광주 1개 학교 300만원 순으로 적발 금액이 컸다.
유형별로는 돈봉투 촌지 및 불법 찬조금 등 현금 이외에도 선물·회식비·학교발전기금 모금, 학생운동부 찬조금(운동부 불법합숙소 월세·공공요금, 대회 참가 등 각종 경비), 고가화장품 등으로 다양했다.
일례로 경기도 A고등학교는 2017년 7월~2018년 2월 축구부 학부모회에서 8700여만원을 갹출해 숙소 운영비와 비품비 등으로 사용하다 적발됐고, B예술고등학교는 정기연주회 참여학생 학부모들이 5000여만원을 모아 지휘료, 편곡료, 식사비 등으로 사용했다가 2018년 적발됐다.
그러나 징계 수준은 솜방망이 처분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불법 찬조금 수수로 징계받은 학교 관계자는 모두 184명이었다. 이 중 11명(6%) 만이 해임·정직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받았다. 나머지 45명(24.5%)은 감봉·견책 등 경징계, 128명(69.6%)은 경고·주의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적발된 해당 학교들이 학부모에게 돌려준 반납액은 580만원에 불과했다.
배 의원은 "촌지나 불법찬조금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은 모금 자체가 은밀하게 이뤄지고, 적발되더라도 가벼운 처벌이나 행정조치에 그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학교 촌지 및 불법 찬조금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학부모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먼저 알리고, 교육계 공직기강 확립 차원에서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엄중하게 문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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