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서문시장 맞은편 오토바이 골목 입구에서 50m쯤 가다보면 오른쪽에 붉은색 벽돌담으로 둘러싸인 낡은 한옥 한 채가 있다. 지난 25일 별세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생가다. 도로명 주소는 '대구시 중구 서성로 15길 61'이다. 대문 옆 담벼락에 위치한 표지판에는 '호암 이병철 고택'이란 제목과 함께 이 집의 유래가 적혀 있다. 이 집은 삼성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회장이 1938~1947년까지 살았고 1942년 이건희 회장이 태어난 곳이다. 250㎡ 규모에 방 4개로 당시 주변에서는 가장 넓은 가옥 중 하나였다. 현재 이 집은 1993년 호암재단이 매입해 관리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 회장 생가에서 도보로 5분 거리, 250m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는 '삼성상회 터'가 있다. 이곳은 호암이 1938년 자본금 3만원으로 '삼성'이란 간판을 처음으로 내 건 곳이다. 당시 삼성상회는 국수와 청과, 건어물 등을 팔면서 삼성의 뿌리가 된 가게였다. 목조 건물로 지어진 지상 4층 규모의 삼성상회의 옛 모습은 대구 북구 침산동에 위치한 제일모직 터였던 대구삼성창조캠퍼스에 그대로 재현해 놨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에서 삼성상회라는 작은 국수공장에서 시작해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과 고 이병철, 이건희 회장에 대해 대구는 늘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삼성의 뿌리인 대구와도 인연도 깊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하자 대구에서도 각계각층에서 애도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5일 이건희 회장이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생가 주변에 사는 인근 주민들은 이곳을 둘러보며 고인을 추모하기도 했다.
권 시장도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회장께서는 대구에서 태어나서 선친이신 고 이병철 회장의 위업을 이어받아 대한민국을 세계 1위의 반도체 강국으로 만들고 삼성을 세계 최고의 ICT 기업으로 만드셨다"며 "삼성의 뿌리는 대구이고 삼성과 두 분은 항상 대구의 자랑스런 역사 속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고 애도했다. 권 시장은 26일 저녁 이 회장의 빈소를 찾아 직접 조문할 예정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이 회장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하고 "대한민국을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이끈 1등 공신이자 혁신가, 사상가였다"며 "재계를 넘어 국가적인 큰 별이 진 것으로 매우 아쉽고 슬픈 일"이라고 애도했다. 이 지사는 "누가 뭐라고 해도 초일류기업 삼성이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인 공로는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서 삼성의 성공신화를 만들었던 그 정신을 경북도가 이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지사도 오는 27일 이 회장의 빈소를 직접 조문할 계획이다.
[대구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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