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소연평도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 모씨(47)를 추모하는 집회에서 이씨의 아들 A군의 자필편지가 공개됐다. A군은 편지에서 "아빠의 명예를 찾을 때까지 싸우겠다"며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다시 아빠 아들 하겠다"고 말했다.
24일 오후 6시께 서울 종로구 현대적선빌딩 앞에서 꿈꾸는 청년들 등 청년단체 주최로 이씨를 추모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이씨의 친형 이래진씨(55)는 A군이 아버지에게 보내는 자필 편지를 대신 읽었다.
A군은 23일 작성한 편지에서 "아빠는 지금 이 상황을 보고 계신다면 눈도 감지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나지도 못하고 계실 거라 생각된다"며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사람들은 편한대로 말하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또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아빠가 편히 눈감을 수 있도록 아빠의 명예를 찾을 때까지 끝까지 싸워 이기자고 엄마와 얘기했다"며 "대통령 할아버지께서 진실을 밝혀 아빠의 명예를 찾아주겠노라 약속을 하셨음에도 터무니 없는 이유를 증거라고 내세우는 해양경찰의 발표가 저는 무너지게 만든다"고 적었다.
그는 "왜 어른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남을 짓밟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 것인지, 내가 살기 위해 힘없는 사람의 목숨 하나쯤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벌 줄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게 아빠가 남기고 가신 숙제가 됐다"며 "아빠가 남겨주신 죽세를 큰아빠와 함께 풀어나가려 한다"고 밝혔다.
이날 이래진씨는 "군의 오락가락 입장 번복과 해경의 부실수사, 인격살인의 태도로 더 이상 값진 희생에 욕되게 하지 말라"고 말했다.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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