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유승민 전 의원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평가를 두고 온라인 설전을 벌였다. 이 지사가 앞서 "맹목적 비난 말고 전문가다운 대안을 제시하라"고 한 데 대해 유 전 의원은 25일 "대통령과 이 지사님은 대안을 받아들일 준비나 각오는 돼있느냐"고 맞받아쳤다.
유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 19일 유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을 향해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 "경제정책의 모든 실패를 코로나로 덮으려 한다"고 글을 올렸고, 21일 이 지사가 "고용의 양은 개선됐고 가계부채는 박근혜 정부에서 비약적으로 증가했다"고 맞받아치면서 토론에 불이 붙었다.
유 의원은 장문의 글을 통해 이 지사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문재인 정부 들어 고용률이 늘어나는 등 일자리가 개선됐다는 이 지사 주장에 대해 "숫자 속의 내용을 봐야 한다"며 "혈세를 투입하면서 만들어낸 세금 일자리를 제외하면 고용사정은 얼마나 참담했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예컨대 2018년 9월과 2019년 9월을 비교하면 전체 취업자수는 35만명 늘었지만 주36시간 미만 일한 단시간 근로자는 무려 74만명이나 증가했고 주 17시간 미만 이하 초단시간 근로자는 37만명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시간 근로자가 많이 늘어나면 단순히 고용률이 늘어난 것으로 고용의 양이 개선됐다고 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해법은 다르더라도 최소한 무엇이 문제인지 인식은 공유해야 한다"며 "일자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모르거나 알고도 인정하지 않는다면 토론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경제정책 대안으로는 혁신인재를 키우는 교육혁명, 유연안정성을 원칙으로 하는 노동개혁, 연금 개혁 등의 복지제도 개혁 등을 언급한 뒤 "우리 정치인들이 진영을 넘어 함께 국민을 설득하고 개혁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이런 게 바로 저의 대안"이라고 제시했다.
기싸움도 팽팽했다. 유 전 의원은 이 지사가 앞선 글에서 "빈약한 논리의 대통령 공격은 그저 국민의힘 내 본인 입지 다지기 위한 정치꼼수에 불과"하다고 한 데 대해 "살아있는 권력의 잘못에 대해 당당하게 할 말을 하는 결기를 보여줄 수는 없느냐"고 맞대응했다.
유 전 의원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여당 의원으로서 누구보다도 오직 나라와 국민만 생각하고 바른말을 했고 탄압도 제일 심하게 받았다"면서 "지금도 당내 입지 같은 거 생각하면서 정치 꼼수나 부릴 위인이 못된다"고 반박했다. 특히 "저는 정치하면서 단 한번도 권력을 두려워하거나 누구의 눈치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2015년 여당 원내대표 시절에 국회 대표연설에서 정부 방침과 달리 가계부채 급증에 대해 경고했던 일도 예로 들었다.
그는 오히려 이 지사에게 "이럴 때 '전국민 기본소득을 도입하자'는 참으로 황당한 말씀을 할 게 아니라 문 대통령에게 '이대로 가면 나라빚이 큰일 난다'고 경고라도 하면 좋지 않겠냐"고 했다. 또 "저는 저를 향한 지사님의 비난이 문 대통령과 친문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코스프레라고 비난하지 않겠다"고 꼬집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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