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을 당한 다음 날 사과를 받겠다며 집을 찾아온 청소년 피해자를 재차 성폭행한 10대 남성에게 징역 5년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성폭행 피해자가 범죄를 당한 다음날 혼자 가해자 집을 찾아간 것이 이례적인 행태라 하더라도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간)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20)의 상고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범행 후 피해자의 일부 언행을 문제 삼아 피해자다움이 결여됐다는 등의 이유로 피해자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다투는 A씨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정당하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A씨(당시 18세)는 미성년자이던 지난 2018년 1월 인터넷을 통해 알고 지낸 지 2~3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은 B양(당시 14세)를 집으로 오게 해 술을 권한 다음 폭력을 행사해 한 차례 성폭행했다. 그는 다음 날 자신에게 사과를 받으러 집으로 찾아온 피해자를 한 차례 더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A씨는 2018년 7월 또 다른 10대 여성 C양을 강간한 혐의로 별도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장기 2년 6월, 단기 2년을 선고받았다.
이 두 사건을 병합해 심리가 진행된 2심에선 강간 피해를 당하고 이튿 날 사과받겠다며 피해가 발생한 장소에 혼자 찾아간 피해자 B양 진술의 신빙성 여부가 주된 쟁점이 됐다.
2심은 B양의 손을 들어줘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종전에도 비행을 저질러 다수의 소년보호처분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6개월의 기간 동안 여성 청소년 2명을 강간하고 1명을 강제추행했으며 강간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받기 위한 조치를 취한 적도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사건 범행 당시 아직 어린 나이로 정서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 있었던 점, 강제추행 피해자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
대법원 역시 같은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징역 5년형이 확정됐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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