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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삼토반` 고아성 "선한 인물에 빠져있어…다음엔 악역 할게요"
입력 2020-10-24 07:00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배우 고아성이 "선한 역할에 푹 빠져 있다"고 밝혔다.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풀릴 듯 풀릴 듯 풀리지 않는 사건이었지만 결국엔 승리를 쟁취하는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고아성은 "아무래도 결말을 알고 연기하는 것이지만 연기하는 과정에서 (풀리지 않을 때의) 감정이 쌓일 때가 있다"면서 "그래서 아무래도 엔딩 장면을 찍을 때, 연기 외적으로 통쾌한 심정도 있었다"며 밝게 웃었다.
그의 눈빛, 그가 선봉에 선 행동에서 정의로운 결말이 나온다는 점. 그러한 작품이 최근 들어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선 고아성의 작품 선택시 선구안도 일정 몫을 했을 터. 이에 고아성은 "사실 의도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돌이켜보면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뭔가 의미 있는 캐릭터에 더 끌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의미 있는 캐릭터란 무엇일까. 답변에 앞서 잠시 숨을 고른 고아성은 "사실 명확한 기준은 모르겠다"며 "시나리오를 보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개인적으로 저는 연기하는 재미가 두 가지인데, 그걸 내부에서 찾을 때도 있고 외부에서 찾을 때도 있다. 내부란, 내가 느껴왔던 인간의 진짜 모습을 연기로 표현했을 때 느끼는 쾌감이 크고, 외부는 어떤 결과물이 나왔을 때 내가 정성들인 숨은 의미를 알아주셨을 때 보람을 느끼죠. 그 모든 과정에서 캐릭터에 의미가 생기는 것 같아요. 제가 믿고 있는 세상의 일부분을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캐릭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고아성에게 영화 오피스으로 시작해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 라이프 온 마스를 지나 네 번째로 만난 오피스물이다. "작품마다 소품으로 사용된 사원증을 다 모아놨다"며 뿌듯함을 드러낸 고아성. 오피스물마다 을(乙)의 대변자 역할을 하는 데 대한 부담은 없는지 묻자 "할 때마다 쉽지 않은 일이긴 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일단 그런 캐릭터를 좋아해서 하게 되긴 하는데, 할 때마다 쉽지 않은 일이긴 해요. 이자영도 어떻게 보면 비슷한 환경이지만, 더 든든한 사람들이 있다는 점은 좀 달랐죠. 그래서 연기할 때도, 기존 캐릭터와는 다른 느낌이었어요."
고아성은 거듭된 오피스물 출연을 통해 을(乙)의 대변자가 되는 데 대한 속내를 털어놨다.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전반적으로 선(善)의 기운이 강한 캐릭터일 때 줄 수 있는 이미지 변신의 한계에 대한 지적에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라며 "딱 하나만 밝은 작품 하고 악역 하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너무 그런 것만 하면 작품이나 인물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경각심이 생기네요. 그런데 어쨌든, 이번엔 밝은 영화가 너무 오랜만이라 너무 좋았어요 하하."
작품이 지닌 기분 좋은 기운은 외적으로도 퍼져나가고 있다. 올 한 해 대한민국 전체를 잠식했던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심각한 확산세를 지나 안정기에 접어들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극장가도 활기를 찾을 준비 중인 것. 그 선두에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선 것은 기분 좋은 기운이기도 하다.
고아성은 "아무래도 영화가 시대극이기도 하고, 그 시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 나이대 보낸 분들을 많이 생각하면서 준비하긴 했다. 그런데 홍보하다 보니 오히려 젊은 친구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더라"면서 "그 점이 놀랍기도 한데, 뭔가 저희 영화가,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눈을 반짝였다.
자영 입장에서 특별한 관전 포인트도 남겼다. "자영을 연기한 사람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한 사람의 작은 성장이 있어요. 물론 힘들게 들어간 회사에서, 이런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회사를 배신해야 한다는 고민이 있는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하고 고수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영이 작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커졌구나, 큰 인물이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영화 속 대사에도 나오는 표현인데, 어제의 너보다 오늘 더 성장했어랄까요? 관객 분들도 그런 부분을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고아성이 지난 15년의 연기 생활을 되돌아보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괴물(2006)로 두각을 보인 이후 고아성의 작품 활동에 특별한 쉼이란 없었다. 오랜 배우 생활이 지금 그에게 장단으로 다가오는 게 있다면 무엇일까.
"음... 장점은 분명히 있어요. 아무래도 성인이 되고 연기자가 된 친구들보다는 대중에 드는 막연한 두려움은 덜해요. 어려서부터 나를 봐준 사람들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어요. 하지만 단점이라고 하면... 흑역사가 많죠. (웃음) 옛날에 한마디 했던 게, 너무 부끄럽고 창피해요."
서른을 바라보는 이 시점, 누군가에겐 완연한 여배우의 느낌으로 다가오지만 아역 시절 준 임팩트가 워낙 강하다 보니 아직도 혹자는 그를 어리게 바라보기도 한다. 이에 대해 고아성 스스로의 느낌은 어떤지 묻자 "여전히 다양한 반응이 있어서 단정은 못 하겠지만 20대 중반 이후엔 그래도 많이들 성인 배우로 봐주신 것 같다"고 했다. "언젠가부터 고등학생 역할은 안 들어오더라"며 배시시 웃기도.
고아성에게 30대를 앞둔 속내를 묻자 "크게 달라지는 게 있을까 싶으면서도 은근히 기대가 된다"며 싱긋 웃는다.
지나온 20대의 시간도 담담하게 돌아봤다. "일단 20대 안에서도 변화는 있던 것 같아요. 20대 초반에는 장르적으로도 캐릭터적으로도 다양한 도전을 했어요. 악역도 하고 살인마도 하고요. 그런데 20대 후반 들어서는 내가 존경할 수 있는 사람? 닮고 싶은 사람을 연기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자영도 마찬가지였고요. 뭔가 한동안 근 몇년간은 선한 기운을 주는 사람에게 많이 빠져있었어요."
연기와 작품으로 드러나는 외적인 변화 한편, 내면과 마음가짐의 변화도 있단다.
"대중을 상대 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경계하는 태도는, 대중을 하나의 객체로 보는 거예요. 무슨 일이든 많은 반응이 존재하게 되는데, 하나의 사람 하나의 반응으로 생각하게 되기도 하거든요. 그런 걸 경계하게 됐죠.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고, 자영이처럼 누군가에게 내가 하는 일이 조그만 도움이라도 됐으면 좋겠어요."
psyon@mk.co.kr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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