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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최고층 파크원의 눈물…준공 3개월 되도록 입주기업 2곳뿐
입력 2020-10-23 17:45  | 수정 2020-10-23 22:50
올해 7월 준공된 여의도 파크원 전경. 현재 대부분의 오피스가 미계약 상태다. [매경DB]
붉은 줄로 유명한 여의도의 새 랜드마크 파크원이 13년에 걸친 공사 끝에 지난 7월 준공됐지만 현재까지 대부분 사무실이 비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입주의향서를 제출한 기업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현재 '3년 단기'만 임대료를 확정지은 상황이라 장기 임차를 원하는 기업들이 '불확실성'을 이유로 계약을 꺼리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오는 12월 여의도우체국 빌딩도 준공을 앞두고 있어 여의도 프라임 오피스 공실률은 한동안 높게 유지될 예정이다. 프라임급 오피스란 건축연면적 기준 서울에서 3만3000㎡ 이상 오피스 빌딩이 해당된다.
23일 빌딩업계에 따르면 여의도 파크원 타워1동에 현재 입주를 완료한 기업은 유진그룹과 플랫폼 '뱅크샐러드'를 운영하는 레이니스트뿐이다. 이들은 각각 2개층과 1.5개층을 3년간 임차하기로 계약했다. 타워1동이 총 69개층임을 감안하면, 정식 입주 계약이 5%에 불과한 셈이다.
파크원은 타워1동과 타워2동(NH투자증권 소유) 그리고 페어몬트 호텔과 현대백화점으로 구성된다. 이 중 타워1동은 전체 면적의 약 75%에 달하는 16만5289㎡(약 5만평)에 대해 포스코건설이 준공 후 3년간 임차를 책임져야 한다. 임차인을 못 구하면 포스코건설이 임대료를 내야 한다. 타워1동에 임차의향서를 낸 기업으로는 녹십자, 외국계 기업 등이 있는데 이들 기업이 모두 계약하면 연면적 기준 약 2.9만평 규모여서 공실률은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다.
하지만 임차의향서를 내고도 계약을 꺼리는 사례가 상당하다. 그 이유는 '계약 기간'이다. 내부 인테리어를 직접 다 하고 입주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선 5~10년 장기 임대차 계약을 선호하는데, 포스코건설은 '3년 임대료'만 책임져서 이후 임대료는 파크원 공사 발주처(시행사)인 Y22프로젝트금융투자와 협의해야 한다. 임대료 책정의 '불확실성'이 높은 것이다.

12월 여의도역 인근에 들어설 여의도우체국 빌딩이란 대체재가 존재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지상 33층의 이 건물 임대료는 전용면적 3.3㎡당 17만원 정도다. 특히 공공기관(우체국)이 운영 주체여서 장기 임차를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 빌딩엔 KTB투자증권, 유수홀딩스 등 유수 기업들이 이미 장기 임차 계약을 완료했다.
포스코건설은 어떻게든 공실률을 낮추고자 할인 정책까지 쓰고 있다. '파크원 임대료 정보'에 따르면, 중층부(지상 24~37층) 오피스 임대료는 3.3㎡당 보증금 108만원, 월 임대료 10만8000원, 월 관리비 4만3000원이다. 이는 전체 임대면적 기준이어서 오피스 전용면적 기준으로 환산하면 오피스 3.3㎡당 총 임대료(임대료+관리비)는 약 30만원이다. 1000평 오피스를 쓰려면 보증금 21억원에 월 임대료 3억원을 납부해야 한다.
포스코건설은 임대료를 절반가량 할인해주는 렌트프리(Rent Free) 제도까지 쓰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리비 중 최소 30% 정도가 수익으로 남기 때문에 임대료를 깎더라도 관리비만 온전히 받으면 포스코건설 입장에선 적자는 보지 않게 된다"고 전했다. 전용면적 3.3㎡당 30만원에 달하는 파크원 중층부 임대료는 실질적으로 약 17만원 선(관리비는 유지)까지 내려가 여의도우체국과 비슷하게 됐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원래 가격이 높다보니 입주기업들이 3년 후 높은 임대료를 요구할까봐 주저한다"며 "발주처가 전향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파크원, 여의도우체국에 이어 2023년 사학연금회관 빌딩도 완성되면 공급과잉으로 향후 수년간 여의도 공실률은 꽤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나현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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