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책상에 가림막 놓고, 마스크 쓰고`…시험장 적응에 나선 수험생들
입력 2020-10-23 11:36  | 수정 2020-10-23 13:53
2021학년도 수능 칸막이 규격. [사진 출처 = 교육부]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르는 수험생들이 시험장 방역 지침에 익숙해지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장시간 마스크를 착용하며 시험 문제를 푸는 연습은 기본이고, 책상 위에 아크릴 가림막을 설치한 채 시험지를 넘기는 방식에까지 적응하고자 한다. 시험 당일 최상의 컨디션으로 온전히 시험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변수를 줄이려는 시도다.
수능을 41일 앞둔 23일,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아크릴 가림막을 미리 구입해 적응하고 있다는 후기가 쏙쏙 올라오고 있다. 일부 학교에선 고3 교실의 책상마다 가림막을 설치하고 수능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수능 시험장에 방역 목적으로 가림막을 설치하는 건 불필요한 조치라는 지적은 여전하지만 대다수 수험생은 '타협' 단계로 들어선 모습이다.
수능 칸막이(수능 가림막) 부품별 주요 사항. [사진 출처 = 교육부]
서울 소재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A씨는 "좋든 싫든 실제 수능 시험장 조건에 적응하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며 "오전 8시40분부터 10시까지는 국어 영역을, 10시30분부터 12시10분까지는 수학 영역을 공부하며 생체리듬도 시험 시간표에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재수생 B씨는 "올해는 재학생·재수생 모두가 불리한 조건에서 시험을 치르는 것 같다"고 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이 같은 수험생들의 수요를 반영해 '수능 가림막' '수능 칸막이' 등을 1만2000원~2만5000원 내외로 판매하고 있다. 업체들은 자사 제품이 실제 수능 시험장에 납품되는 '규격 제품'임을 강조하지만, 교육당국이 공지한 '수능 방역 칸막이' 규격과 일치하지 않는 일부 제품들까지도 정품으로 둔갑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능 칸막이(수능 가림막) 샘플과 상판 인쇄 유의사항. [사진 출처 = 교육부]
지난달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수능시험날 책상앞 가림막 설치 반대'라는 제목의 청원글은 23일 오전 10시45분 현재 1만5045명의 동의를 받았다. 수능 시험지 크기보다 작은 책상에 가림막까지 설치하면 책상 공간이 협소해져 시험을 치르기 불편하다는 주장이다. 또 시험장에선 수험생 모두 마스크를 쓰고 말도 못 하는데 왜 가림막이 필요하냐는 지적도 있다. 한 수험생은 "결국 시험을 보면서 불편을 감수하는 건 학생들이다. 가림막 설치는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한 보여주기식 조치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시험장 방역 지침을 엄격히 지키겠다는 교육당국의 입장은 변화가 없다. 앞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지난 16일 '수능 시험장 방역 지침'을 확정하고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각 지역별로 아크릴 가림막 제작을 계약했다. 시험장에 설치될 가림막은 반투명한 아크릴 소재로 가로 60cm, 세로 45cm 규격이다. 예산으로 책정된 가림막 가격은 1개당 1만5000원선이다. 올해 수능 응시자가 49만3433명인 것을 감안하면 가림막 제작에만 약 74억원이 쓰이는 셈이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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