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간만 거의 3시간이에요. 서울 강남구 금융권에 취직했는데 그 근처 월세는 너무 비싸서 집에서 다녀요"
경기도 의정부에 거주하는 사회초년생 김 모씨(24)는 원하던 직장에 취직했지만 출퇴근 때문에 고민이 많다. 회사 주변을 중심으로 월세방을 알아봤지만 포기해야했다.
김 씨는 "가까운 곳에서 출퇴근하고 싶었지만 동생들 학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형편을 고려하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값 뿐만이 아니라 월세도 크게 치솟으면서 사회 초년생들을 비롯한 청년층들의 한숨 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
22일 KB국민은행의 월간주택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월세 지수는 101.2로 8월 100.4보다 0.8포인트 상승했다.2019년 1월 월세 지수를 100으로 산정해 흐름을 살펴보는 이 지수는 2015년 12월부터 집계를 시작했다. 올해 9월이 되기 전까지 단 한 번을 제외하고는 변동 폭이 0.1포인트를 넘긴 적이 없었다. 2016년 7월 99.9에서 8월 99.7로 0.2포인트 떨어진 게 전부다.
이 통계에서 지수가 101을 넘긴 것도 집계 이후 처음이다. 전세 물량이 줄어들어 임차인이 월세로 몰리자 월세도 급등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전세 대란이 월세 대란으로 옮겨붙었다고 평가한다.
이처럼 아파트 등 살만한 월세방은 사회초년생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대학가 커뮤니티에서는 높은 월세에 본가에서 통근하거나 셰어하우스를 구한다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 대학 커뮤니티에는 23일 '어렵게 취직했는데 출퇴근 시간이 너무 길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강남에 취직했는데 괜찮은 방들은 다 100만원이 넘어간다"며 "직장인이 된 만큼 기숙사 생활을 탈출하고 좋은 방에서 편하게 출퇴근하고 싶었는데 속상하다"고 적었다.
글쓴이는 이어 "회사에서 방을 주는 경우가 아니면 자신처럼 집에서 다니는 친구들이 많다"며 "다른 친구들을 위안으로 삼게 되는 씁쓸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댓글에는 "저는 차가 있어서 그나마 괜찮네요" "싸다고 좋은 게 아니니까 조심히 구하세요" 등 반응이 있었다.
이와 관련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기적으로 보면 임대차 3법의 영향이 바로 나타난 것"이라며 "전·월세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것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서윤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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