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에 보호시설에서 데려가기로 했던 치매 노인이 혼자 있다가 집을 나가 실종됐다가 다음 날 발견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자녀들은 "믿고 맡긴 보호시설에서 치매 노모를 보호자 모르게 유기·방임했다"며 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관계 당국이 조사에 나섰습니다.
보호시설 측은 치매 노인이 시설에 가기를 거부할 경우 강제로 데려가는 방법은 없다며 의혹에 맞섰습니다.
오늘(23일) 경기 고양시와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3시쯤 고양시 자택에 있던 치매 노인 79살 여성 A씨가 홀로 집을 나섰다가 실종됐습니다.
A씨가 다니는 고양시의 한 주간보호센터에서 이날 오후 6시 30분쯤 A씨의 집을 방문했다가 A씨가 집에 없는 사실을 확인해 가족에게 연락했습니다.
이날 오후 8시쯤 경찰에 실종신고가 접수됐으며, 사라진 A씨는 이날 밤까지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가족과 경찰이 주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는 등 노모를 찾아 헤맨 지 하루 만인 다음날 오전 A씨는 서울 상암동의 버스 차고지에서 발견됐습니다.
버스 기사가 혼자 차고지까지 온 A씨를 이상하게 생각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다행히 A씨는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A씨의 가족은 낮 동안 시설에 있었어야 할 어머니가 가족들도 모르게 혼자 집에 있다가 결국 실종사고가 생겼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A씨는 지난달 말부터 고양시의 한 치매노인 주간보호센터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A씨가 치매노인 장기요양 등급 판정을 받아 등록한 주간보호센터 측은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 반까지 자택에서의 송영(送迎) 서비스를 제공하며, A씨를 돌보기로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날 A씨가 센터에 가기 싫다고 거부하면서 A씨가 집에 혼자 있게 됐는데, 이를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치매 노인에 대한 방임이자 학대라고 A씨 가족은 주장했습니다.
A씨의 40대 아들 B씨는 연합뉴스에 "어머니가 보호센터에 안 가셨으면 치매 노인이 집에 혼자 있게 되는 건데, 보호자에게 알려야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면서 "이날을 포함해 어머니께서 혼자 집에 있었던 게 지난 한 달 반 사이에 5차례나 되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에 대한 주간보호센터 측은 보호에 최선의 의무를 다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주간보호센터 관계자는 "어르신이 욕설까지 하며 센터에 가기 싫다고 (직원을) 나가라고 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강제로 치매 노인을 센터로 데려갈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A씨가 센터에 가지 않게 된 상황과 같은 날 오후 4시와 5시에 집에 방문했을 때 이미 A씨가 집에 없었던 점 등을 보호자에게 즉시 알리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는 "보호자 분께서 신경 안 쓰시게 하려고 노력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B씨의 문제 제기로 관계 당국도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습니다.
고양시와 노인전문보호기관은 합동 현장 조사를 할 예정입니다.
혼자 있던 A씨가 실종돼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었던 만큼 이를 노인학대로 볼 수 있는지 살펴볼 계획입니다.
고양경찰서도 주간보호센터 측을 방임 및 유기 혐의로 수사해달라는 내용으로 B씨가 제출한 고소장을 그제(21일) 접수해 사건을 배당했습니다.
경찰은 고소인을 먼저 조사한 뒤 시설 측을 상대로 사실 관계를 파악할 방침입니다.
치매노인 주간보호센터는 어린이집처럼 하루에 10시간 전후 치매 환자를 돌봐주는 시설입니다.
고양시에 따르면 인구 100만명의 고양시에만 치매노인 주간보호센터가 83곳이나 됩니다. 요양시설은 600곳이 넘습니다.
이렇게 시설의 수가 상당하다 보니 당국의 관리·감독은 중요·대형 요양시설 위주로만 이뤄지는 실정입니다.
고양시 관계자는 "주간보호센터의 경우 주로 경증 치매환자들이 이용하다 보니 요양원 같은 요양시설에 비해 관리·감독이 덜 엄격할 수밖에 없다"면서 "치매노인이 시설에 가지 않고 집에 혼자 있기로 했다고 해서 이를 시설 측이 보호자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관련 법에 규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