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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이 부탁한 우승 한풀이, 첫걸음은 선발진 재건 [MK시선]
입력 2020-10-23 04:37  | 수정 2020-10-23 10:31
한화는 10위로 2020년 시즌을 마감하게 됐다. 최하위는 2014년 이후 6년 만이다. 사진(대전)=김재현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대전) 이상철 기자
김태균은 은퇴 기자회견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제대로 말 한마디를 꺼내지 못하고 꽤 오랫동안 말문을 잇지 못했다.
눈물을 절대 흘리지 않을 것이라던 그도 막상 ‘한화이글스 소속 프로야구선수라는 직업을 내려놓으려니 감정이 북받쳤다. 그만큼 고심 끝에 팀과 후배들을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은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조금은 후련하다던 김태균은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한화 팬과의 우승의 기쁨을 나누는 약속을 꼭 지켜달라고 했다. 20년간 자신은 이루지 못했던 우승의 한을 풀어 달라는 부탁이었다.
‘대장 독수리가 떠나는 날, 한화(43승 3무 93패)는 최강 한화가 아닌 10위 한화가 됐다. KIA에 4-10으로 패하며 2014년 이후 6년 만에 최하위로 미끄러졌다. 10위라는 순위도 창단 후 처음이었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13일 잠실 두산전부터 8경기 연속 무승(1무 7패)이다. 강력한 고춧가루를 뿌리던 팀은 보이지 않는다. 남은 5경기 중 1경기라도 못 이기면 10개 구단 체제 후 최소 승률이 확정된다. 5경기를 다 패할 경우, 2002년 롯데의 97패를 넘어선다.
일부러 지고 싶은 팀이나 선수는 없다. 최원호 감독대행은 이기는 경기를 펼치기 위해 자료를 근거로 승산이 클 전략을 짰다. 그러면서 상대가 얕잡아 보는 팀이 되면 안 된다고 선수들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플레이를 주문했다.
한화는 22일 KIA전에서 6·7·8회에 꽤 끈끈한 경기력을 펼치기도 했다. 빅이닝을 만들지 못했을 뿐, 호랑이가 진땀을 흘리게 했다. 하지만 독수리는 7연패를 했다. 강한 의지와 다르게 번번이 지고 있다.

이유는 간단했다. 너무 쉽게 실점하고 주도권을 뺏겼다. 선발투수 장민재는 3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다. 바통을 받은 임준섭(⅓이닝 1피안타 2볼넷 1폭투 3실점)과 서균(⅔이닝 1피안타 1볼넷 1사구)도 고전했다. 4회까지 스코어는 1-8이었다. 3시간 34분이 소요된 경기였으나 승부의 추는 일찍 기울어졌다.
선발 야구가 안 된다. 선발 평균자책점은 5.53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높다. 지난겨울 한화가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과제였으나 뜻대로 안 됐다.
김태균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한화이글스 소속 프로야구선수라는 직업을 내려놓았다. 사진(대전)=김재현 기자
풀타임 선발투수가 된 김민우의 성장은 긍정적인 부분이나 서폴드와 힘겹게 버틸 따름이다. 잦은 부상에 시달린 채드벨을 퇴출했으며, 3선발을 염두에 두고 트레이드로 영입한 장시환은 8월부터 기복이 심했다. 장민재 김범수 김이환 김진욱 박주홍 등도 선발투수로 몇 번의 기회를 얻었으나 합격점을 받을 만한 성적이 아니다.
앞문이 흔들리면서 초반 기 싸움에 밀리니 유리한 흐름을 가져가기 힘들었다. 한화가 7회까지 뒤진 경기를 이긴 것은 딱 한 번이었다. 1승 83패로 승률이 0.012에 불과했다.
김태균은 이렇게 우승이 힘들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그렇지만 젊고 유망한 선수들이 많으니까 한화도 머지않아 강팀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내가 이루지 못한 (우승의) 꿈을 후배들이 이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은퇴를 결심했다”라고 전했다.
올해 어느 팀보다 다사다난했던 한화였다. 부정적인 소식이 너무 많았다. 결국은 최하위로 시즌을 마감하게 됐다. 김태균의 이야기처럼 강팀이 되려면 첫 단추부터 다시 꿰매야 한다.
백년대계를 그리며 뼈대를 새롭게 만들기도 해야 하나 눈앞의 한 경기를 이기려면 선발진부터 강해져야 한다. 외국인 투수와 계약도 매우 중요해졌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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