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택배 간선차량을 운전하던 노동자가 일하다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같은 날, CJ대한통운은 반복되는 택배기사 사망 건에 대해 사과하고 종합 재발방지 대책을 내놨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22일 CJ대한통운에서 일하던 30대 택배 노동자가 지난 20일 오후 11시50분께 근무 중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지만 21일 오전 1시에 끝내 숨졌다고 밝혔다.
고인은 CJ대한통운 물류센터, 곤지암허브터미널과 서브터미널을 오가는 간선차량을 운전하며 택배물건을 운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 조사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18일 오후 2시에 출근해서 다음날인 19일 오후 12시에 퇴근해 22시간 동안 근무했다. 고인은 19일 오후 5시에 다시 출근해 근무하다 20일 오후 11시 50분께 터미널에서 쓰려졌다. 조사대로라면 22시간 일하고 5시간 쉰 뒤 31시간 동안 다시 근무한 셈이다.
대책위는 "숨진 노동자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의 죽음은 명백한 과로사"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고인이 지난 12일에도 오후 4시에 출근해 다음날인 15일 오후 2시에 집에 도착했고, 두 시간 뒤 다시 출근해 17일 오후 1시에서야 퇴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병원에서는 고인의 사인을 '원인 미상의 심정지'라고 했지만, 과로사로 숨진 택배 노동자 중 비슷한 경우가 꽤 있었다"면서 "고인이 5년 전 심장 관련 수술을 했지만 완쾌해 별다른 이상은 없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같은 날, CJ대한통운은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열린 CJ대한통운의 대국민 사과에서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부회장)는 잇따른 택배기사 사망 건에 대해 "택배 업무로 고생하시다 유명을 달리한 택배기사님들의 명복을 빈다. 유가족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다만 CJ대한통운은 이날 발표된 간선차량 택배 노동사 사망 건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앞서 지난 8일 서울 강북구에서 택배 업무를 하다 호흡곤란으로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숨진 택배기사의 유가족과는 별도의 협의를 진행 중이며, 박 대표는 유가족과 만날 의사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물량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현장 상황을 세밀하게 챙기지 못했던 부분은 없었는지 살펴보고 있다"면서 "책임지고 종합 재발방지 대책이 실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의 인수업무를 돕는 분류지원인력 4000명 투입 ▲오전 근무시간 조정 ▲택배기사 산재보험 가입 유도 ▲건강검진 지원 확대 ▲분류 자동화 확장 ▲소형상품 전용분류장비 구축 등이 포함된 종합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또한, 오는 2022년까지 1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기금을 조성해 택배기사의 자녀 학자금과 경조금 지원과는 별개로 긴급생계 지원과 복지 증진 활동에 쓰기로 했다.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 직고용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답변이 어렵다. 이 자리에서 관련해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유보 입장을 취했다.
또한, 분류지원인력은 장기적으로 투입하면서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택배기사들이 앞으로 물량을 공유하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물류량은 택배기사의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라며 "많은 물량은 택배기사에게 부담이 될 수 있어 건강검진과 연결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J대한통운은 건강검진에서 이상소견이 있는 택배기사를 대상으로 한 집중관리체계를 도입하고, 고위험군으로 판정되면 건강이 회복될 때까지 집배송 업무에서 배제하거나 물량을 줄이도록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배윤경 기자 bykj@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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