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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목동 전 단지에 붉은 휘장…"죽기 전에 재건축"
입력 2020-10-22 11:40  | 수정 2020-10-22 11:58
목동7단지 아파트 외벽을 덮은 대형 현수막 [이축복 기자]

"비가 오면 천장샌다 니가 와서 살아봐라. 죽기 전에 신축지어 멀쩡한 집 살고싶다"
목동신시가지9단지가 지난 9월 안전진단 최종 탈락으로 재건축 사업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인근 목동신시가지아파트 단지 내에서 집단행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22일 목동7단지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는 서울 지하철5호선 목동역과 맞닿는 7단지 아파트 1동 외벽에 재건축 추진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거대하고 시뻘건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수막은 목동7단지 소유주들이 직접 내건 것으로 목동 단지 내 낙후도를 지적하며 안전진단 필요성을 주장하는 차원에서 붙었다. 소방도로가 없어 화재 위험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적힌 대형 현수막도 도로와 면하는 아파트 1동에 걸렸다. 목동7단지는 2550가구 규모로 목동 중심지인 5호선 오목교역·목동역과 가깝고 용적률도 124.76%로 사업성이 좋아 목동 단지에서 핵심 랜드마크로 꼽힌다.
목동11단지 외벽에 붙은 대형 현수막 [이축복 기자]
이같은 집단행동은 목동11단지에서도 벌어졌다. 목동11단지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구로구와 양천구를 잇는 큰길인 중앙로를 향하는 목동11단지 아파트 3개동 외벽에 목동7단지와 같은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붙였다.
목동7단지 조합 관계자는 "안전진단 최종 여부가 결정된 6·9단지를 제외한 전 단지에서 현수막 부착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다.
집단행동의 배경에는 비슷한 시기 입주한 목동6단지(1986년)와 9단지(1987년)의 정밀안전진단 통과여부가 엇갈린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밀안전진단은 1차로 민간 용역업체에서 수행하며 조건부 통과 결과가 나오면 공공기관(한국건설기술연구원·한국시설안전공단)에서 2차로 적정성 여부를 검토하는 절차를 밟는다. 목동6단지는 지난 6월12일 1차안전진단에서 51.22점(D등급)으로 조건부 통과한 이후 2차에서 54.58점(D등급)으로 최종 통과했다. 하지만 목동9단지는 1차 안전진단을 53.32점(D등급)으로 통과했으나 9월 말 2차 적정성 검토에서 58점대(C등급)로 재건축에 필요한 점수인 55점 이하를 받지 못했다.

목동11단지 재준위는 강북 재건축 '대어'로 불리는 3710가구 대규모 단지인 마포구 성산시영의 안전진단 최종통과도 문제삼았다. 성산시영은 1차 안전진단에서 53.88점으로 목동9단지보다 점수가 높았으나 지난 5월 적정성 검토를 통과해 안전진단 문턱을 넘었다. 안전진단 통과 이후 성산시영 전용50㎡ 매매가는 8억3000만원에서 치솟아 현재 9억6000만원 선까지 올랐다.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를 발표한 6·17대책 시점 전후로 6단지와 9단지 간 정밀안전진단 최종결과가 다르게 나온 것도 재건축 좌초 불안감을 키웠다. 국토부는 6·17대책으로 안전진단 용역업체 선정권을 지자체에서 시·도로 넘기는 한편 부실 보고서 작성시 과태료 부과(2000만원),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2차안전진단에 현장조사 의무화 도입 등 안전진단의 고삐를 죄었다.
목동 재건축은 지난 7월말 지구단위계획 수립에 필요한 교통영향평가가 통과되면서 순항하는 모양새였지만 9단지 결과 이후 향방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목동5·11·13단지는 1차 정밀안전진단을 조건부로 통과해 현재 공공기관의 적정성검토를 받고 있으며 나머지 9개 단지 모두 민간업체의 1차 정밀안전진단 용역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대형 현수막을 내건 목동7단지의 1차 안전진단 결과는 11월 중순께 나올 전망이다.
[이축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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