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정권 따라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고무줄"
입력 2020-10-21 17:32  | 수정 2020-10-21 18:17
경주 월성원전. 감사원은 월성원전 1호기 영구 정지를 결정하는 과정에 정부가 경제성을 조작했다고 밝혔다. [사진 = 서대현 기자]

"무슨 경제성 평가가 정권에 따라 바뀝니까? 고무줄 잣대가 따로 없습니다."
21일 월성원전이 위치한 경주시 양남면. 동경주 지역으로 불리는 곳으로 2018년 6월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를 앞두고 양북, 감포와 함께 찬반 논란이 거셌던 곳이다. 전날 감사원 감사 결과 정부가 원전을 폐쇄하면서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저평가한 것이 밝혀지자 주민들은 허탈해 하는 모습이었다.
월성원전 1호기는 2012년 11월 설계수명이 다해 가동이 중단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주민과 힘들게 협의하고, 7000억원을 들여 노후설비를 교체하는 등 보수 작업을 거쳐 2015년 6월 재가동에 들어갔다. 오는 2022년까지 수명이 연장됐으나 정권이 바뀌면서 2019년 영구 정지가 결정됐다.
당시 경주시와 주민들은 원전 폐쇄에 따른 세수 감소와 지역경제 악영향 등을 우려해 정부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일부 지역은 한수원이 원전 재가동을 결정하면서 지급한 1300억원이 넘는 보상금을 두고 주민간 갈등과 반목이 커지는 등 홍역을 치렀다.
횟집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주민들이 원전을 다시 돌려달라고 했나. 정부와 한수원이 필요하다고 해서 주민들이 동의해 준 것"이라며 "원전 때문에 불거지는 여러 문제를 둘러싸고 주민들은 다투거나 말거나, 지역경제가 추락하거나 말거나 결국 정권 입맛에 따라 정책을 결정했다는 것이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신수철 경주시원전범대위 부위원장은 "정상적으로 가동돼야 하는 원전이 조기 폐쇄되면서 지역에 엄청난 갈등이 초래되고, 경제적으로 타격이 컸다"며 "감사원장이 정치적 압박을 견뎌준 것만도 감사하지만 감사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잘못된 결정에 대해 누군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수원 노조는 이번 감사 결과를 계기로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희철 한수원 노조위원장은 "결국 정치적 판단으로 원전을 폐쇄한 것"이라며 "현 정부 들어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를 위한 다각적 검토와 함께 진짜 전문가가 참여하는 국가 에너지 정책의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경북 경주)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월성원전 1호기 폐쇄는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을 상징한다. 경제성 조작과 폐쇄 결정에 가담한 청와대 인사와 관계자들을 즉각 파면하고, 경주시에 피해보상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반면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은 성명서를 통해 "이번 감사는 정당하지 않고 핵산업계의 이해를 반영한 무리한 감사였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월성 1호기 안전한 해체와 월성원전 조기 폐쇄에 집중하라"고 주장했다.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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