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에 기권표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더불어민주당에서 징계 처분을 받은 금태섭 전 의원이 탈당을 선언한 가운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금태섭의 탈당이 갖는 의미는 민주당이 이성적 소통이 불가능한 집단으로 변질됐다는 사실의 증명"이라고 평가했다.
진 전 교수는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에서는 금 의원의 탈당이 갖는 의미를 애써 평가절하하고 싶을 것이다. '한 자연인의 결정에 큰 의미를 둘 필요 없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적었다.
그는 "문팬(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앓던 이가 빠져서 시원하다'고 말한다"며 "금 의원의 판단이 옳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자유주의자는 견해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를 대화로 좁혀나가려 한다. 의견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다원주의, 대화를 통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 이것이 자유주의의 원리"라며 "그런데 민주당에는 그런 자유주의자가 설 자리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누누이 지적해 왔지만, 이는 민주당 사람들이 가진 '민주주의'의 개념이 우리가 생각하는 '자유민주주의'와는 다르기 때문"이라며 "적과 아를 구별하는 것을 정치의 본질로 보고, 소수를 존중하지 않고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고, 대중과 지도자의 직접적 결합 아래 선전선동으로 대중을 동원하는 것. 이는 자유민주주의에는 낯선 현상들"이라고 설명했다.
진 전 교수는 "문재인 정권은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아니다. 문재인 정권은 586의 정권"이라면서 "이 세대는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고교시절까지는 박정희의 '한국식민주주의', 대학에 와서는 운동권의 '민중민주주의', 이게 그들이 배운 민주주의의 전부다. 그러니 저게 왜 문제인지조차 아마 의식하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금 의원의 탈당이 갖는 의미는 민주당 내의 유일한 자유민주주의자가 그 안에서 견디다 못해 결국 당을 떠나야 했다는 데에 있다"면서 "민주당에게도 좋은 일이다. 어차피 자유민주주의자는 민주당에게는 '앓던 이'에 불과하다"고 힐난했다.
이어 "금 의원의 탈당으로 민주당은 그동안 앓아왔던 자유민주주의에서 완치됐다"며 "축하한다"고 덧붙였다.
[이상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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