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온·오프라인 유통시장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본격적인 빅데이터 경영에 나선다. 데이터를 무기로 시장을 잠식하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IT공룡들의 공세에 맞서 강희태 유통BU장·롯데쇼핑 부회장 직속의 빅데이터 조직을 발족, 그간 각 계열사별로 따로 관리하던 소비데이터를 그룹 차원에서 한데 모아 분석하고 이에 맞는 맞춤형 쇼핑서비스를 선보인다는 목표다.
21일 롯데에 따르면 강 부회장이 이끄는 롯데 유통BU는 지난 1일 강 부회장 직속의 데이터 거버넌스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TF장이자 CDO(Chief Data Officer·데이터 최고 책임자)로 윤영선 롯데정보통신 상무(사진·46)를 임명했다. 2017년 유통BU가 출범한 뒤 다양한 협의체나 TF가 운영됐지만, BU장이 직접 관할하는 TF가 탄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룹 최초의 CDO를 맡아 TF를 이끌게 된 윤 상무는 서울대 수학과를 거쳐 미국 예일대 수학과에서 석·박사를 취득한 뒤 SK, KT에서 경력을 쌓은 빅데이터 전문가다. TF에는 윤 상무를 필두로 롯데 주요 유통계열사에서 근무하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와 애널리스트, AI(인공지능 전문가) 등 1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향후 1년간 롯데그룹의 데이터 사업 로드맵을 만들고, 그룹의 유통·물류·제조·지원 역량을 결집한 데이터레이크(각 분야의 모든 데이터를 한 곳에 저장하는 것) 구축을 추진한다.
특히 TF를 유통BU 산하에 만든 것에는 롯데 유통계열사가 보유한 막대한 소비관련 데이터의 활용도를 한층 더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다. 현재 롯데는 국내 유통업계 중 가장 많은 4026만명의 롯데멤버스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백화점, 마트, 슈퍼마켓, 가전전문점, 시네마 등 롯데 유통 계열사 뿐 아니라 교보문고, 11번가, 에스오일 등 180여 제휴사의 온·오프라인 채널 50만개를 통해 수집하는 유통 데이터는 한달에 6000만건이 넘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모은 데이터를 각 계열사가 개별적으로 관리하다 보니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최근 가속화되는 오프라인 유통업의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이들이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던 욕구까지 찾아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채널에서 수집된 정보를 한 곳에서 총괄해 정비하는 시스템이 절실했다는게 롯데측 설명이다. 이에 강 부회장은 올해 초 "롯데쇼핑은 단순한 유통회사가 아니라 고객의 라이프타임 전체에 걸쳐 솔루션을 제안하는 서비스 회사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데 이어 솔루션을 만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데이터 조직 출범을 주문한 것이다.
TF가 추진하는 데이터 분석의 결과는 올 우선 올해 출범한 롯데쇼핑의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ON)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는데 활용될 전망이다. 롯데온은 백화점, 마트, 홈쇼핑 등 7개 계열사의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개별 소비자에게 맞는 상품을 추천하는 '초개인화'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오픈마켓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양적 확대도 꾀한 덕택에 지난 9월 롯데온 매출은 론칭 직후인 5월보다 60%이상 신장했다. 다만 아직 쿠팡, 이베이 등 온라인 강자들과 비교하면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많은 만큼 데이터 분석을 통한 개인화 서비스 고도화로 양과 질 양쪽의 성장을 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TF 출범을 시작으로 롯데가 본격적인 빅데이터 사업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강 부회장이 전격 영입한 정경운 롯데쇼핑 헤드쿼터(HQ) 기획전략본부장(상무)의 핵심 업무에 데이터를 활용한 신성장동력 발굴도 포함돼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강 부회장은 정 상무 영입 과 관련해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쇼핑사업 구조조정, 신사업 개발, 이커머스 방향 정립 등 HQ의 핵심 사업을 위해 좀 더 전문적이고 새로운 발상이 요구된다"고 밝힌 바 있다.
윤 상무는 "4차 산업혁명의 쌀인 데이터는 그룹의 미래먹거리 창출의 핵심 재료"라며 "정교화된 데이터를 통해 고객에게 이전에 없던 경험을 제공하고 유통업의 생태계를 크게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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