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돌도 지나지 않은 자녀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부부의 항소심 재판이 21일 시작됐다. 쟁점은 살인 고의성 여부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시신은닉·학대 등만 유죄로 인정하고,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했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박재우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살인과 사체은닉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황 모씨(26)와 곽 모씨(24·여)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황씨는 2016년 9월 14일 강원 원주의 한 모텔방에서 둘째 딸을 두꺼운 이불로 덮어둔 채 장시간 방치해 숨지게 하고, 2년 뒤 얻은 생후 10개월인 셋째 아들을 지난해 6월 13일 엄지손가락으로 목을 수십초 동안 눌러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곽씨는 남편의 이 같은 행동을 알고도 말리지 않은 혐의 등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부부는 둘째 딸의 사망 사실을 숨긴 채 수년간 양육수당을 챙긴 것으로 드러나 국민적 공분을 샀다.
지난 8월 1심 재판부는 부부의 시신은닉, 아동학대, 아동 유기·방임, 양육수당 부정수급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부부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은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살인 혐의 대해서는 무죄 판결했다.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황씨의 살인 혐의에 대해 딸의 울음소리가 짜증 나서 이불로 덮었을 가능성은 있으나 평소 딸을 매우 아꼈던 점, 곧바로 이불을 걷어주려고 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잠이 들었을 가능성이 큰 점, 딸의 사망 이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 한 점 등을 들어 무죄 판결했다. 셋째 아들에게도 울음을 멈추게 하고자 다소 부적절한 물리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있으나, 이후 아들이 별다른 이상 징후 없이 잠든 점과 다른 이유로 사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곽씨의 경우 남편이 행사한 물리력의 구체적 내용을 알지 못했고, 물리력을 행사한 이후에도 셋째 아들이 별다른 이상 징후 없이 잠든 점에 비춰보면 사망 가능성을 인식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황씨는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곽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검찰은 법의학 전문가의 소견 등 증거들이 공소사실과 부합함에도 법원이 살인의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즉각 항소했다. 황씨 측도 1심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으며, 곽씨는 항소하지 않았다.
이번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이 살인 고의성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이다. 검찰은 황씨에 대해 아동학대 치사 혐의를 추가 적용하고 증거 영상을 제출하는 등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2차 공판은 11월 18일 열린다.
[춘천 =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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