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세계 주요 극장가 불은 꺼져 있다. 공연계를 이끄는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는 내년 5월 말까지 '셧다운'을 발표했으며 '코로나 재폭발'로 신음하고 있는 런던 웨스트엔드 극장가 역시 언제 다시 문을 열지 기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내서는 뮤지컬과 연극을 중심으로 공연계가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뮤지컬인 '캣츠' 내한 공연 배우들도 이러한 상반된 분위기를 전하며 'K방역'에 엄지를 치켜들었다.
지난 20일 공연이 열리는 샤롯데씨어터 객석 1층에서 캣츠의 주역 배우들인 조아나 암필(매혹적인 고양이 그리자벨라 역), 댄 파트리지(반항아 고양이 럼 텀 터거 역), 브래드 리틀(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터러노미 역)을 만났다.
`메모리` 부르는 그라자벨라. 조아나 암필의 노래가 압권이다.
런던 웨스트엔드 디바 출신인 조아나 암필은 "이 시기에 한국에서 공연을 할 수 있어 기쁘다. 한국에 정말 감사한다"며 "한편으로 기쁘지만 씁쓸한 것이 제 많은 친구들이 일을 할 수 없어서 그렇다"고 말문을 열었다.섹시 고양이를 맛깔나게 연기하는 영국 출신의 댄 파트리지 역시 최근 코로나로 쑥대밭이 된 런던 분위기를 전했다. "제 고향에 친구들은 공연에 서지 못하는데 저만 공연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죄책감까지 느껴집니다. 제 친구들을 대신해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연을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말 특별합니다."
그는 또 "제 고향 런던에서부터 제가 한국에 와 있는게 기적"이라며 "한국분들이 이 시국에 가진 철칙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똘똘 뭉쳐 열심히 철칙을 지켜 이 난관을 이겨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페리의 유령'에서 유령 역을 맡아 한국 관객들과 친숙한 브래드 리틀 배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일하는 내내 제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이자 제 고향의 친구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운이 좋다'였습니다. 리허설을 하며 늘 하던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평소의 일상 같았지만, 행운을 안고 있다는 미덕은 대단합니다. 단순한 뮤지컬이 아니라 전세계에서 40년간 활약한 뮤지컬을 한다는 것이 대단한 운입니다. 처음 시작할 때 1단계에서 리허설을 시작하며 2단계로, 또 2.5단계로 오르는 불안한 상황이 있었으나, 한국이 늘 해내 듯 다시 단계를 내렸습니다. 저는 미국인으로 말할 수 있는게 미국이라면 못했을 것입니다."
캣츠 무대엔 28명의 배우들이 오르지만, 이 중 객석을 통과해 입장하는 15명은 마스크를 쓰고 연기한다. 분장 마스크를 쓰기 때문에 객석에서 이를 분간하기는 쉽지 않다. 선지자 고양이 역할을 하는 브래드 리틀은 "제가 공연에서 하는 분장과 동일한 마스크를 하고 있다"며 "제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 안 보이겠지만 저는 마스크 아래 미소를 짓고 내려온다. 팬데믹 동안 최선을 다해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는 부분을 전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파트리지는 "배우들이 마스크를 써도 관객과의 교류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덧붙였다.
캣츠 커튼콜.
캣츠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그리자벨라의 넘버인 '메모리'다.그는 "부담이 많은 곡이기도한 게 많은 사람들이 메모리를 불렀고, 관객 분들에게도 워낙 유명한 곡이라 이 곡이 어떻게 불려야 하는지에 대한 각자의 생각이 있다"며 "공연을 보면 메모리는 그냥 노래가 아니라 공연 중에 어우러지며 더욱 더 큰 의미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제 등장부터 관객을 매료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공연 중 모친상을 당한 브래드 리틀은 "조아나가 '메모리'를 부르는데 저는 뒤에서 눈물을 엄청나게 흘렸다. 그날의 메모리는 배우 생활을 하며 절대 잊지 못 할 것"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필리핀계인 조아나 암필은 소문난 현빈 '광팬'이다. 분장실이 현빈 사진으로 도배됐을 정도다. "한국에서 지내면서 제가 정말 사랑하는 현빈의 나라에서 한국 드라마를 볼 수 있어 기쁘고, 꼭 현빈을 만나고 싶어요."
캣츠 서울 공연은 12월 6일까지 연장됐으며 그 후 대구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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