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불어닥친 사상 초유의 긴 장마와 태풍이 밥상 물가를 밀어올렸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03.35(2015년 100기준)로 지난달 대비 0.1% 올라 6월 이후 넉 달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전체 생산자 물가를 위로 밀어붙인 건 농산물 가격이다. 9월 농림수산품 지수는 139.66으로, 지난달에 비해 4.9% 올라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65년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무려 18.4%가 급등했다.
한국은행은 "태풍과 전례없는 긴 장마 등 계절 요인과 추석 명절 수요 증가가 겹치면서 농수산물 가격이 올랐다"고 전했다.
세부 품목별로 보면 전월 대비 기준으로 배추(30.5%), 풋고추(88.6%), 물오징어(20.5%)가 크게 올랐다. 사회적 거리두기 현상에 집에서 요리해먹는 흐름이 강해지며 달걀 가격도 13.0%나 올랐다.
최근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배추값 급등에도 김치를 사먹으려는 수요가 몰리며 포기김치 품귀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농산물 가격은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가을배추 등이 출하되기 시작하며 안정세를 찾을 공산이 크다.
계절 요인 때문에 꿈틀한 농산물을 걷어내면 생산자 물가 오름폭이 크지는 않았다. 저유가와 반도체 가격 하락에 공산품 가격이 지난달 대비 0.1% 내린 영향이 크다.
생산자물가지수 등락률 표 [자료=한은]
전력, 가스, 수도·폐기물은 여름철 주택용 전기요금 상시 인하 제도가 끝나면서 주택용 전력 등을 중심으로 전월 대비 0.3% 올랐다.서비스 물가지수는 여름 성수기가 끝난 영향으로 음식점 및 숙박(-0.4%), 운송(-0.5%) 등을 위주로 0.2% 내렸다. 9월 생산자물가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0.4% 하락하며 7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지만 하락 폭은 줄었다.
수입품까지 포함해 가격 변동을 측정한 9월 국내공급물가지수는 보합으로 나타냈다. 중간재(-0.1%)가 하락했으나 원재료(+0.5%)와 최종재(+0.2%)가 올랐다. 9월 국내공급물가지수는 작년과 비교하면 2.9% 내렸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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