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는 김태균답게, 깨끗하게 은퇴하고 싶습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38살 김태균이 '은퇴'라는 단어를 이야기한 건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한화와 계약 조건을 조율하던 지난 1월 통화에서였습니다.
당시 한화 구단은 김태균이 갖는 상징성을 높게 평가해 2년간 15억 원(계약금 5억 원, 연봉 5억 원)의 계약 조건을 제시했지만, 김태균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1년 단기 10억 원(계약금 5억 원, 연봉 5억 원)의 쪼그라든 수준의 조건으로 도장을 찍었습니다.
대다수 프랜차이즈 스타들은 마지막 FA 계약에서 2년 이상의 중장기 계약을 맺는 것이 관례이기에 다소 파격적이었습니다.
당시 김태균은 통화에서 비보도를 전제로 "선수 생활의 끝은 나답게, 깔끔하게 하고 싶다"며 "딱 1년간 후회 없이 뛰어보고 만족할 만한 기량이 나오지 않으면 선수 생활을 마치겠다"고 말했습니다.
김태균은 마음 깊은 곳에 조용하게 '은퇴의 배수진'을 치고 마지막 시즌에 들어갔습니다.
은퇴를 결심한 건 지난 9월입니다.
8월 팔꿈치 부상으로 재활 군으로 내려간 뒤 팀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모든 훈련이 중단되고 자가 격리에 들어가자 그는 깊은 고뇌를 했습니다.
김태균은 최근 통화에서 "은퇴 여부를 두고 큰 고민을 했다"며 "이제는 후배들을 위해 내 자리를 비워둘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김태균은 홀로 은퇴를 준비했습니다. 자신의 선수 생활을 되돌아보며 소박하게 자기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정규시즌 종료를 불과 일주일여 남기고 구단에 은퇴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구단이 제대로 된 은퇴식도, 작별의 시간도 준비할 수 없는 시기였습니다.
김태균은 "전국 구장을 돌며 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박용택(LG 트윈스) 형이 부럽기도 하다"며 "아쉽지만, 그래도 지금이 떠나야 할 적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구단은 최근 김태균에게 올 시즌 단 한 번이라도 1군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 팬들에게 마지막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김태균은 이마저도 사양했습니다.
그는 통화에서 "은퇴라는 이유로 경기에 출전한다면, 누군가는 1군 엔트리에서 빠져야 한다"며 "그 한 경기가 누군가에겐 선수 인생을 뒤바꿀 중요한 경기가 될 수 있다. 후배들을 위해서라면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내일(22일) 청춘을 보냈던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소박한 기자회견으로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습니다.
팬들과는 내년 정규시즌 경기 중 하루를 잡아 인사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