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노 전 대통령 유서 "고통이 너무 크다"
입력 2009-05-23 15:05  | 수정 2009-05-24 07:41
【 앵커멘트 】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서를 통해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며 마지막 심경을 밝혔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오늘(23일) 새벽 봉화산을 오르기 직전 사저 컴퓨터에 유서를 남겼는데, 유서 내용, 김건훈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화산을 오르기 전 가족들에게 짧은 유서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평소 장문의 인터넷 편지 등을 통해 국민과의 소통을 시도해온 노 전 대통령은 사저의 컴퓨터에 마지막 심경을 남겼습니다.

등산 30분 전인 새벽 5시 21분쯤 한글 파일로 저장된 유서에는 단문 형식으로 14문장의 짤막한 소회가 담겨 있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유서에서 "그동안 너무 많은 사람에게 신세를 졌다"며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며 고뇌와 상심을 내비쳤습니다.

이어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며 가족과정치적 동지들이 겪을 고난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습니다.


임기 중에도 독서를 즐긴 것으로 알려진 노 전 대통령은 "건강이 좋지 않아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며 최근의 심리적 고통을 나타냈습니다.

또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라며 자살을 암시했습니다.

이어 "미안해하지 말고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라며 모든 논란을 자신이 안고 가겠다는 뜻을 암시했습니다.

자신의 사후에 대해서는 "화장해달라"는 말과 함께 "오랜 생각이라며 집 가까운 곳에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달라"며 짧은 유서의 끝을 맺었습니다.

mbn뉴스 김건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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