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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에 물었다. 김하성은 ML서 통할 수 있을까요? [정철우의 애플베이스볼]
입력 2020-10-21 07:59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진출 여부는 뜨거운 감자다. 사진=MK스포츠 DB
김하성(키움)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관심이 식지 않고 있다. 각종 매체에서 연일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제법 이름이 알려진 매체부터 팬 블로그까지. 몸값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지만 김하성이 스토브리그서 메이저리그의 유격수 보강 순위에 포함돼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오히려 관심은 김하성이 과연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실력을 가졌는지에 모아지고 있다. 다양한 예측 시스템이 있?瑁嗤�김하성의 세부 데이터를 통해서도 살짝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김하성이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선 일단 빠른 공에 적응해야 한다. KBO리그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2km 수준이지만 메이저리그는 150km로 수치가 크게 높아진다. 우리 나라에선 광속구로 불릴 공이 메이저리그에선 평균 수준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김하성은 다소 독특한 타격 메커니즘을 가진 타자다. 스포츠 데이터 에볼루션에 따르면 흔히 대부분 타자들이 빠른 공에 강하고 변화구에 약점을 보이는 반면 김하성은 패스트볼의 평균 타율이 오히러 변화구보다 떨어진다.
자료=스포츠 데이터 에볼루션

올 시즌 김하성의 패스트볼 타율은 2할7푼1리로 높은 편이 아니다. 오히려 많은 타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커브가 4할5푼5리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KBO리그 타자들의 또 하나의 약점인 스플리터도 3할8푼7리로 잘 공략해냈다.
메이저리그서는 흔한 투심 패스트볼이나 컷 패스트볼 등 변형 패스트볼에 대해서도 약점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우리 나라엔 정통 투심이나 커터가 적기 ??문에 표본이 너무 적어 이 것만으로 김하성의 가치를 평가하긴 어렵다.
두 번째로 김하성이 빠른 공에 얼마나 잘 대처했는지를 찾아 보았다.
자료=스포츠 데이터 에볼루션

김하성은 KBO리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140km~149km 사이의 패스트볼에 대해 0.280의 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150km가 넘는 공에 대해서는 0.263로 타율이 떨어졌다.
기량의 문제 보다는 적응의 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스포츠 데이터 에볼루션 관계자는 김하성은 헛스윙 비율이 상당히 낮은 타자 중 한 명이다. KBO리그 타자들의 헛스윙/전체투구 비율은 보통 9~11% 정도로 형성된다. 김하성의 헛스윙/전체투구 비율은 불과 6%로, 김하성이 높은 타율을 함께 감안할 때 김하성의 컨택 능력은 상당히 좋은 수준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며 김하성은 150km 이상 강속구에 반응 자체는 나쁘지 않은 모습이었다. 타율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고, 헛스윙도 149km 이하의 볼에 비해 줄어들었다. 하지만 140km이상의 강한 타구속도 타구 비율이 급격히 감소했고, 땅볼 비율이 매우 늘어나면서 장타율이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빠른 공에 반응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정확하고 힘을 싣는 타격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KBO리그에서 150km 이상 강속구가 많지 않아 표본이 상대적으로 적은 점, 김하성의 나이가 어린 편이라는 점, 반응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MLB 진출 시 150km 이상 빠른 공에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하성 취재를 위해 MK 스포츠의 인터뷰에 응한 복수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도 김하성이 빠른 공 타율이 떨어진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적응의 문제라고 본다. KBO리그서는 굳이 150km이상의 공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빈도수가 낮기 때문이다. 그에 맞춘 공략을 김하성이 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150km 이상 패스트볼에 대한 적응 필요성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성적을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을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 투수들을 상대로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도 체크 포인트다. 메이저리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투수들이기 때문이다.
자료=스포츠 데이터 에볼루션

김하성은 지난 해엔 외국인 투수를 상대로도 국내 투수들과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올 시즌엔 다소 고전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체 투수를 상대한 타율이 0.312였던 반면 외국인 투수 상대 타율은 0.271로 떨어졌다. 지난 해에 비해 수준급 외국인 투수들이 늘어나며 적응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김하성 입장에선 그다지 좋은 데이터는 아니다. 외국인 투수를 상대로 출루율 장타율 헛스윙 비율 땅볼 비율 등이 모두 안 좋은 성적을 나타냈다.
김하성이 메이저리그에서 또 하나 넘어야 할 산은 바로 시프트다. 국내 리그서는 김하성에 대비한 시프트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데이터는 김하성 타구에 시프트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김하성의 타구 스프레이 차트를 알아봤다.
자료=스포츠 데이터 에볼루션

김하성의 대부분의 안타는 가운데서 약간 바깥쪽으로 형성된 공을 잡아당겨 좌측으로 보내며 만들어졌다. 밀어쳐서 만든 안타는 극히 드물었다.
스포츠 데이터 에볼루션 관계자는 김하성의 안타, 장타, 홈런 스프레이 차트를 보면 한 눈에 보기에도 잡아당긴 타구가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김하성이 좌측으로 보낸 잡아당긴 타구의 비율은 49.9%로 절반인 50%에 육박한다. 이는 중간방향 타구 28%, 우측방향 밀어친 타구 22%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장타는 거의 모든 타구가 당겨쳤을 때 만들어졌다. 장타에 대한 시프트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에 대한 대비를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보다 철저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김하성이 싸워서 이겨내야 할 또 하나의 과제인 셈이다.
데이터로 분석해 봤을 때 김하성은 패스트볼에 약했고 빨라질수록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으며 당겨치기 일변도의 타격 분포를 보였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게 되면 좀 더 신경써서 챙겨야 할 부분들이 남아 있음을 뜻한다.

김하성의 파워나 컨택트 능력은 이미 검증이 됐다고 볼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 가게 되면 이를 좀 더 업그레이드 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다. 김하성이 지금까지 보여준 적응력 그 이상을 보여줘야 한다.
데이터는 김하성이 메이저리거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고 있지만 숙제도 함께 주어져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하성이 한 번쯤을 곱씹어보고 준비해야 할 대목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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