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신 폐기 및 품목허가 취소…다른 곳에 불똥튀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에 대한 품목허가 취소 절차에 나서면서 다른 국내 보툴리눔 톡신 업체들도 긴장하고 있다. 대다수 국내 업체들이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중국에 수출할 때 국내 판매대행사를 끼고 비공식적으로 물량을 내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판매업체에 대한 물량 공급을 국내 판매가 아닌 해외 수출로 간주해 국가출하승인 없이 진행해왔다. 반면 식약처는 메디톡스에 대한 처분을 결정하면서 메디톡스와 국내 판매업체간 맺은 계약을 해외 수출이 아닌 국내 판매 목적으로 간주해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점을 문제삼았다. 현행 약사법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해외 수출시에는 국가출하승인을 요구하지 않지만 식약처는 중국 수출을 목적으로 한 국내 업체들간 계약을 국내 판매로 간주한 것이다. 이 때문에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유사한 방식으로 중국에 비공식적으로 판매중인 국내 업체들도 이번에 제품 회수와 폐기명령을 받은 메디톡신과 같은 운명에 처할 수 있는 것이다.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생산하는 A사는 "국내 판매유통사에 중국 등 해외 수출을 위한 공급계약을 맺고 판매를 위탁하고 있다"며 "그동안 해외 수출로 보고 약사법 규정에 따라 국가출하승인을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가출하승인은 보툴리눔 톡신, 백신 등 변질 우려가 있는 생물학적 제제들을 국내 판매전 국가에서 한번 더 검정 시험과 서류 검토로 품질을 확인하는 제도다.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국내 판매한 의약품은 약사법 위반으로 품목허가 취소 대상이 되는데 중국 시장을 겨냥해 중간에 국내 위탁판매에 적용할 수 있을지는 논란이 있다.
현재 중국에서 공식 승인된 보툴리눔 톡신 제품은 엘러간의 '보톡스'와 중국 란저우생물학연구소의 'BTXA' 2개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국내 판매대행사나 중국 보따리상(따이궁)을 통해 중국에서 음성적으로 제품을 유통·판매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제조·판매하고 있는 대다수 국내 기업들은 해외 수출용에 대해 국가출하승인을 거치지 않는다"며 "형평성을 감안하면 식약처는 모든 업체들을 상대로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앞서 지난 19일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거나 표시 기재 규정을 위반한 메디톡신(50·100·150·200단위)과 코어톡스 일부 제품을 회수 및 폐기하고, 품목허가 취소 등 행정처분 절차에 착수했다. 이에 메디톡스는 "수출용 의약품에 대해 약사법을 적용한 이번 조치는 위법 부당하다"며 "행정처분 취소 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김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