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극동에 화웨이의 시대가 도래했다"
지난 15일 러시아 연해주(州)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극동연방대 아르툠 루킨 지역국제학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도심 지역 광고판에 나타난 화웨이(華爲)의 휴대전화 광고를 소개하면서 이와 같이 전했습니다.
그는 1990년대 광고판이 설치된 이후에 코카콜라와 삼성이 광고의 주인이었다면 이제는 화웨이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며 러시아 극동에 화웨이의 시대가 찾아왔다고 소개했습니다.
지난 2일 화웨이는 러시아 최대 이동통신사인 '모바일텔레시스템즈'(MTS)와 손을 잡고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극동연방대(FEFU) 캠퍼스 내에 극동 최초의 5G 시험망을 구축하기도 했습니다.
화웨이가 러시아 내 마케팅과 연구개발 투자를 과감하게 늘리며 현지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에 주요 서방국 영업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웨이는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최근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모스크바에서는 화웨이가 주최하는 2020 디지털 커뮤니티 콘퍼런스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는 러시아 정보통신과 관련해 정책적 방향을 결정하는 러시아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자국의 디지털 인프라 개발에 대한 비전과 목표를 설명했습니다.
화웨이는 콘퍼런스에서 T(기술), I(산업), G(성장), E(생태계), R(신뢰성)이라는 5가지 중요 가치를 러시아 시장에서 자사가 나아갈 방향으로 삼고 협력을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화웨이는 'TIGER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야심에 찬 계획을 실제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습니다.
현지 일간인 베도모스티는 화웨이가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니즈니노브고로드, 노보시비르스크, 민스크에 연구개발센터를 두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현재 연구개발 부서에 800명의 인력을 둔 화웨이가 2024년까지 1천 명을 더 고용할 것이라고 베도모스티는 덧붙였습니다.
화웨이는 러시아 국영 고속도로를 관리하는 아브토도르와 지난 7일 고속도로에 필요한 이동통신 인프라와 관련해 협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화웨이는 금융과 교통 등 러시아 현지 주요 기업들과 협력을 맺고 미국의 압박에 맞서나가겠다는 구상입니다.
이 회사 창업자이자 CEO인 런정페이(任正非)가 올해 하반기 중국 상위권 대학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이 우리를 제재 명단에 포함한 뒤 미국에 대한 투자를 러시아로 이전했다"면서 이런 계획을 밝혔습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역시 지난 8월 열린 전 러시아 청년 교육포럼에서 "우리(러시아)는 절대로 미국의 사례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화웨이와 5G 분야에서 협력할 뜻이 있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