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진짜 고기 아닌데 `버거`라고 해도 돼?…EU `베지 버거` 용어 놓고 투표
입력 2020-10-19 10:24  | 수정 2020-10-20 10:36

고기 대신 채소,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베지 버거'(veggie burger)가 유럽 소비자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자 유럽 축산업자들이 진짜 고기를 사용하지 않은 제품에 '버거'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들고 일어나 법 제정 공방으로 번졌다.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오는 21일 버거, 스테이크 등 특정 명칭들을 육류 함유 제품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통과를 놓고 투표를 할 예정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베지 버거', '베지 스테이크', '베지 소세지' 등의 용어는 사용이 불가능해진다. 또 육류는 물론 우유, 요거트 등 낙농제품 시장에서도 식물성 원료로 만든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주목받고 있는 '요거트 스타일', '유사 치즈' 등의 용어도 사용이 제한된다.
실제로 용어 사용이 금지되려면 유럽의회 투표를 통과한 뒤에도 EU 집행위와의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유럽 축산업계와 육류가공업계는 식물성 대체육이 '가짜 고기'에 버거, 스테이크 등의 이름을 붙여 소비자들을 혼동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EU농업협동조합협회(COPA-COGECA)는 "육류 제품 명칭을 보호하지 않으면 수년간 축산업계와 육류가공업체 등이 쌓아온 명성을 (식물성 대체육 기업들이) 빼앗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네슬레, 유니레버 등 식물성 대체육 분야를 이끌어가고 있는 대기업들은 축산업계, 육류가공업계의 주장이 말도 안된다고 비판했다. EU가 소비자들이 보다 환경친화적이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정책에도 이번 법안은 위배된다고 이들 기업은 반박했다.
최근 유럽 시장에서는 실제 고기와 유사한 맛, 모양, 식감을 재현한 식물성 대체육이 점차 인기를 끌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유럽에서 지난 5년간 식물성 대체육 매출은 73% 가량 늘었다.
EU 소속 국가들도 식물성 대체육 제품을 어떻게 부를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프랑스는 올해 초 식물성 대체육에 고기 관련 용어를 쓸 수 없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반면 네덜란드는 지난해 식물성 대체육 제품이 채식 표기를 한다는 조건으로 육류 관련 명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미국에서도 식물성 대체육 기업들이 육류 관련 명칭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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