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실탄 3.6조 쌓아놓고…금융지주 M&A 채비
입력 2020-10-18 18:08  | 수정 2020-10-18 19:49
금융지주들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열을 올리며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제로 금리로 순이익이 줄고 있는 4대 금융지주들이 올 들어 코로나19로 인한 부실 우려, 인수·합병(M&A) 자금 조달을 위해 덩치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20일 5000억원 규모로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하기로 했다.
이달 KB금융 신종자본증권 발행 목표는 3000억원 규모였지만 지난 13일 수요 예측에서 기관투자가들이 대거 몰려 그 규모가 2000억원이나 증액됐다. 만기 5년짜리 증권은 발행 금리가 3%에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인증 채권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인기가 높았다는 후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들이 투자할 만한 안전 자산이 없는 와중에 금융지주의 ESG 인증 영구채는 단연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작년보다 금리가 떨어졌지만 최고 공모액을 초과 달성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KB금융 영구채 금리는 만기에 따라 3.0~3.28%였는데 이는 작년 5월 발행 때(3.23~3.44%)보다 낮아졌다.
KB금융은 이번 영구채 발행 목적에 대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향상과 자본적정성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올해 KB금융이 대규모 M&A에 따라 일부 재무지표가 하락하자 이를 원상 복구하기 위해 자본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KB금융은 지난 4월 2조원 넘는 가격에 미국 푸르덴셜생명과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올 3분기부터는 이 보험사 실적이 금융지주 순이익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KB금융은 이번 5000억원 규모 증권 발행을 포함해 올 들어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영구채를 발행했다. 작년에 이 금융지주가 4000억원을 발행한 점을 감안하면 그 발행 규모가 1년 새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제로 금리로 인해 순익이 갈수록 줄고 있지만 영구채 발행 덕분에 KB금융 자본은 꾸준히 증가세다. 2017년 말 32조4020억원이었던 KB금융 자본은 작년 말 37조원, 올 6월 말 현재 39조4230억원까지 불어났다.
우리금융 역시 오는 22일 5년 만기 조건으로 1500억원 규모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한다. 규모는 수요 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2000억원까지 늘어난다.
이 지주사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2차례에 걸쳐 7000억원 규모 영구채 발행에 성공한 바 있다. 지난 6월 물량은 발행 금리가 3.23%였는데 이는 작년 7월 3.49%보다 낮아진 수치다. 금리가 하락하면서 이자 부담이 줄자 우리금융도 영구채 발행에 적극적인 것이다. 작년에도 우리금융은 1조원에 달하는 영구채를 발행했다. 우리금융은 은행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보험사나 증권사 M&A를 노리고 있다. 현재는 코로나19 금융 지원을 위해 M&A가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 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곧바로 알짜 매물 인수에 나설 계획이다.
■ <용어 설명>
▷신종자본증권 : 채권처럼 투자자에게 일정 금리를 지급하지만 원리금 상환을 발행자가 임의로 연기할 수 있다. 특히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최근 금융사들이 자본 조달 방법 중 하나로 선호하고 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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