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名品도 튀어야 맛!" 젊은 명품에 빠진 MZ세대
입력 2020-10-18 14:11  | 수정 2020-10-18 14:11
메종 마르지엘라 `레플리카` [사진 제공 = 신세계인터내셔날]

직장인 박 모 씨(33)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올해 초 계획했던 유럽여행이 힘들어지자 모아둔 자금을 이용해 최근 명품 쇼핑을 했다. 블라우스, 니트, 스니커즈를 사는 데 300만 원 이상을 썼지만 샤넬, 루이비통과 같은 '전통 명품'은 구입 목록에 없었다. 그는 "너무 유명한 명품 브랜드는 자신의 정체성이 브랜드에 갇히는 느낌이 든다"며 "최근엔 알 만한 사람들만 알아보더라도 개성을 강조할 수 있는 젊은 명품 브랜드를 택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최근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를 중심으로 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수입 컨템퍼러리 브랜드가 전통 명품 브랜드의 인기를 대체하고 있다. 소위 '세계 5대 명품'을 위주로 한 고가 명품 브랜드보다 또래 집단에서 유행하는 '힙'한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플렉스(소비 여력 과시)', '언박싱(구매한 제품 개봉)', '하울(대량 구매후 평가)'등 젊은 층이 즐기는 명품 관련 콘텐츠가 늘어난 것도 이런 현상에 힘들 더했다. 패션 업계 관계자들은 젊은 소비자들의 올 가을·겨울(FW) 명품 패션 트렌드도 이런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18일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자사가 수입·판매하는 프랑스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의 올해 1~9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3% 증가했다. 메종 마르지엘라는 벨기에 출신 마틴 마르지엘라가 1988년 론칭한 브랜드다. 남녀 성별을 넘나드는 스타일과 실루엣의 재창조를 통한 신비로운 이미지가 특징으로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사선으로 이뤄진 네 개의 스티치 디자인과 0부터 23까지 숫자가 적혀있는 흰색 넘버링 태그 등은 로고 없이 브랜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메종 마르지엘라는 '독일군'이라는 애칭으로 알려진 스니커즈 '레플리카'를 통해 인지도를 높였다. 1998년 처음 선보인 뒤 브랜드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이 스니커즈는 1970년대 독일 연방군에게 보급됐던 '독일군 스니커즈'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제품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레플리카는 지난 몇 시즌 유행했던 어글리 슈즈와 반대되는 세련되고 슬림한 미니멀 디자인으로 '패피'들 사이의 인기 아이템"이라며 "이번 시즌 수입 물량도 이미 매진돼 내달 재입고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크네 스튜디오 `체크 니트` [사진 제공 = 신세계인터내셔날]
또 다른 수입 브랜드 '아크네 스튜디오'도 MZ세대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패션 업계 불황이 계속 되는 가운데 아크네 스튜디오의 지난달 매출(9월1일~30일)은 전달 대비 약 44% 증가했다. 아크네 스튜디오는 1996년 스웨덴에서 설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조니 요한슨이 설립한 컨템포러리 브랜드다. 두 개의 작은 원과 직사각형으로 이루어진 심플한 얼굴 형상의 페이스 이모티콘 등 간결하면서도 위트 있는 감성이 특징이다. 국내 패션과 인테리어 부문에서 북유럽 스타일이 꾸준한 인기를 이어온 것도 흥행에 힘을 보탰다. 페이스 이모티콘 패치는 가디건, 티셔츠, 신발 등 다양한 제품에 적용되는데 아이돌그룹 멤버나 유명 연예인들이 활용한 것이 알려지며 알려져 젊은 세대들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 쌀쌀해진 날씨로 니트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에 맞춰 아크네 스튜디오는 산뜻한 블루와 핑크 컬러의 여성용 체크 알파카 니트를 이번 시즌 주력 제품으로 선보였다.
크롬하츠 `포에버 레터링 반지` [사진 제공 = 신세계인터내셔날]
쥬얼리와 액세서리 분야에서는 '크롬하츠'가 주목 받고 있다. 크롬하츠는 198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론칭했다. 정교한 디자인과 뛰어난 수공예 기술이 돋보이며 고급 실버 액세서리 외에도 가죽 제품, 가구 등을 선보여 국내 마니아층이 형성됐다. 모든 제품은 수작업을 통해 소량만 생산돼 특별함과 희소성을 중요시하는 MZ세대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한다는 분석이다. 고유의 문양으로 자리 잡은 백합, 단검, 십자가 등이 새겨진 팔찌, 반지, 목걸이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일부 유명 남성 패션 커뮤니티에서는 크롬하츠 팔찌나 반지를 구매한 뒤 인증샷을 올리는 '플렉스'가 유행"이라며 "브랜드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인기 제품의 매장 재고 현황을 알려주는 등 정보 공유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끌로에 `C 미니백` [사진 제공 = 신세계인터내셔날]
전통 명품 브랜드들이 강세를 보이는 여성 핸드백 시장에서는 '끌로에'가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끌로에는 여성성, 자유분방함, 자연스러움, 모던함, 품위의 다섯 가지 철학을 바탕으로 사랑스럽고 여성적인 감성을 선보인다. 의류, 가죽 제품, 액세서리 등 여성들을 위한 모든 라인업을 갖췄다. 핸드백 중에서는 최근 가장 끌로에 C 미니백의 인기가 높다. C 미니백은 클래식하면서 현대적인 매력을 담아냈는데 지난해 출시와 동시에 브랜드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이니셜 C 형태의 메탈 장식이 브랜드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서로 다른 질감의 가죽을 조합해 가방 덮개 디자인으로 적용했다. 트렌디한 미니 사이즈로 손에 가볍게 들거나 크로스로 맬 수 있어 활용성도 높은 편이다.
폴스미스 `컬러 블록 카드 지갑` [사진 제공 = 신세계인터내셔날]
영국 디자이너 브랜드 폴 스미스도 젊은 감성을 자랑한다. 1970년 영국 노팅엄의 작은 남성복 매장으로 출발한 폴 스미스는 젊은 세대에게 '명품 입문 브랜드'로 인식되며 인기를 얻고 있다. 멀티 스트라이프 패턴이 브랜드를 상징하며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독창적인 패턴과 색상의 조합이 돋보인다. 모던하면서도 젊고 위트 있는 디자인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는데 그 중에서 시그니처 스트라이프 배색 패턴이 적용된 지갑과 스니커즈가 스테디셀러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전통 명품 브랜드들의 위상이 여전히 높다지만 소비자들의 니즈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MZ세대의 선택을 받기 위한 개성 있는 컨템퍼러리 브랜드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상대 기자 /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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