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한은, 10년간 35.4조 환손실…장부엔 33조 순익
입력 2020-10-18 13:01  | 수정 2020-10-18 15:09

한국은행이 지난 10년간 총 35조4000억원의 환손실이 발생했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고, 자체 회계규정에 따라 같은 기간 당기순익 33조원을 거뒀다고 공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의 이 같은 회계처리 기준은 일반적인 회계기준이나 법령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외환·재정정책을 수립할 때에도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한은이 공표한 지난 10년간 당기순이익은 약 33조원 수준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환율평가손익을 반영하면 한은의 실제 순이익은 4조10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회계기준에 따르면 외화자산은 매년 환율변동에 의한 환율평가손익을 당기손익으로 인식해 이익, 혹은 손실로 처리한다.
그러나 한은은 환율평가손익을 손익으로 계상하지 않고 '외환평가조정금'(자산·부채 계정)에 쌓아두는 특이한 자체 회계처리 기준을 채택하고 있다.
환율평가손익이 손익으로 계상되지 않음에 따라 한은의 당기순이익은 2010년 3조5000원에서 2019년 5조3000원으로 꾸준히 증가했고, 10년간 총 33조원의 당기순익을 거둔 것으로 공표됐다. 한은은 같은 기간 총 35조4000억원의 외환평가 손실을 기록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한은의 '외환평가조정금 계정'처럼 환율평가손익을 계상하지 않는 것은 일반적 회계기준이나 법령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제27조와 국가회계법 등은 '외평기금은 외국환 평가손익을 결산기의 평가손익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료 =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한은은 "환율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평가손익을 기간손익으로 인식할 경우 당행 수지 및 외환보유액에 급격한 변동을 야기할 수 있어 자체 회계규정에 따라 대차대조표 항목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환보유액은 달러화로 표시되기 때문에 손익으로 인식하더라도 영향이 없으며, 한은의 원화 표시 손익 수지만 변동될 뿐이라는 것이 정 의원의 주장이다.
정 의원은 "한은이 35조4000억원의 환손실을 손익으로 반영하지 않아 한은의 경영상태가 심각하게 왜곡됐고, 외환 보유에 따른 위험이 숨겨져 정책당국이나 국민의 외환보유 관련 판단을 흐렸다"며 "향후 재무현황을 발표할 때 외국환 평가손익을 보다 구체적으로 공표하는 등 제도를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한은은 2019년 기준 총 455조원에 달하는 외화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김희래 기자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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