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세난민 갈곳 없는데…월세마저 5개월째 상승
입력 2020-10-16 17:25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전경. [매경DB]
서울에 소형 구축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한 30대 황 모씨는 '전세 난민'을 실감하는 중이다. 회사와의 거리 때문에 실거주를 자녀 초등학교 입학 시기인 2년 뒤로 미루기로 하고 전세를 한 번 더 살기로 했다. 1주택자인 탓에 황씨의 경우 대출 한도가 3억원으로 막혀 전셋집 얻기도 쉽지 않았다. 수중에 있는 돈 1억원을 합쳐 최대 4억원의 전셋집을 구할 수 있었지만 원하는 지역에 4억원짜리 전세는 씨가 말랐다.
반전세로 눈을 돌려 퇴근 후 매일같이 집을 보러 다녔지만 쉽지 않았다. 가계약금을 보내려고 하면 집주인은 그 자리에서 월세를 10만원, 20만원씩 더 불렀다. 한 달간의 분투 끝에 2억원에 120만원짜리 저층 아파트 반전셋집을 겨우 구했다. 한 달 동안 집을 못 구해 시달리던 부부는 그제야 두 다리 뻗고 잠을 잤다.
황씨처럼 '전셋집 때문에 화병 날 판'인 이들이 주변에 넘쳐난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되면서 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기 때문이다. 네이버 부동산에 따르면 4424가구 규모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의 경우 전세 물량은 4건에 불과하다. 유주택자도 '전세 난민'에서 예외가 아니다. 사정상 본인 집에 들어갈 수는 없고 유주택자라는 이유로 전세자금대출이 제한되면서 반전세로 눈을 돌린 황씨 같은 사람이 늘었다. 16일 매일경제가 서울시에서 집계한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분석한 결과 9월 서울에서 거래된 전월세 거래 7608건 중 13%인 1018건이 준전세(반전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준전세 거래 비중은 지난 5월 기준 10%에 머물렀지만 6개월 만에 3%포인트 늘었다.
가을철 이사 수요는 그대로인데 임대차법으로 인한 전세 매물이 줄면서 9월 전월세 거래량이 평소의 절반으로 급감한 가운데 준전세 비중이 유독 높았다. 서울시가 집계하는 준전세 기준은 월세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어치를 초과하는 사례로 흔히 부동산 거래 시 반전세라고 불리는 유형과 일치한다. 예를 들어 월세가 50만원이라면 보증금이 월세의 240배인 1억2000만원을 초과할 때에 한해 '준전세'로 분류한다. 반대로 보증금이 월세의 240배 이하면 월세(12배 이하) 또는 준월세(12~240배)로 분류한다.
서울 아파트 월세 가격도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부동산통계정보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5개월째 상승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5월 0.01%에 불과하던 것이 매달 0.04%포인트씩 늘어 지난 8월 0.13%을 기록했다. 9월에는 전월 대비 0.14%나 올랐다. 한국감정원은 "서울 아파트의 전체적인 월세 가격 수준이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을철 이사 수요 증가와 신규 입주 물량 감소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반전세 전환 증가, 월셋값 상승은 가속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저금리 시대에 집주인이 전세보다는 반전세나 월세를 선호할 수밖에 없고, 대출 규제로 임차인들도 선택지가 많지 않아 반전세와 월세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어 "당분간 반전세가 유행할 것으로 보이고 10년 내 월세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한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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