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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부산 대연8구역, 시공사 선정 총회서 정비사업 최초 `시각장애용 점자 투표` 도입
입력 2020-10-16 16:32 
부산 대연8재개발구역 전경 [사진 = 조합]

부산 남구 대연8구역 재개발구역(이하 대연8구역)에서 국내 정비사업 최초로 시각장애인용 점자 투표 용지가 도입된다. 공사비만 약 9000억원의 부산 최대 규모 도시정비 사업장인 이곳에선 현재 치열한 수주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번 '시각장애용 점자 투표'는 한 명의 시각장애인 조합원을 위한 조합 측 배려로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연8구역 시공사는 오는 1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조합원 총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HDC현대산업개발·롯데건설 컨소시엄과 포스코건설이 입찰에 참여해 '2파전'을 벌이고 있다.
정비사업 시공권 확보를 위해 건설사들은 조합원들에게 다양한 제안을 내놓는다. 이 과정에서 경쟁이 과열되며 조합원 간 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시각 장애인이 공정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점자로 된 투표 용지를 마련하기로 한 대연8구역에 대해 해당 조합은 물론, 정비업계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대연8구역 조합은 지난 11~12일 부재자 투표를 실시했으며, 당시 참여 조합원 중 시각 장애인이 일반 용지로는 투표하기가 힘든 상황이 발생했다. 이 조합원은 결국 투표를 포기하고 돌아가야 했다.

대연8구역 조합의 정성수 이사는 "미처 시각 장애인 조합원이 있다는 것을 파악하지 못해 점자용 투표 용지를 준비를 못했다"면서 "해당 조합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시공자 선정 총회에서는 점자로 된 투표 용지를 준비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말했다.
이후 조합은 점자 인쇄가 가능한 투표 용지를 수소문 끝에 찾아냈고, 오는 18일 열리는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도입할 예정이다.
정성수 이사는 "조합에서 미리 준비를 했어야 했는데 투표를 하지 못하고 돌아간 조합원님께 미안한 마음이 컸다"면서 "조합에서는 도우미를 통해서라도 투표를 도와주고 싶었으나 시공사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혹시나 부정선거 의혹이 나올 수 있어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정 이사는 이어 "조합 입장에서도 향후 논란이 커질 수 있어 완벽한 비밀 투표가 가능한 상황을 만들고 싶었다"면서 "시각 장애를 갖고 계신 조합원이 부재자 투표를 못한 점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비업계는 시공사 선정 투표 과정에서 점자로 된 투표 용지가 도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공자들의 경쟁이 과열된 상황에서 단 한 명의 장애인 조합원을 위한 따뜻한 배려가 업계의 귀감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면서 "모든 조합원이 공정하게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한 이번 사례가 향후 국내 정비사업에서 지속적으로 적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대연8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은 부산 남구 대연4동 1173 일원에서 구역면적 19만1897㎡, 용적률 258.79%, 아파트 30개 동 3516가구 규모로 추진된다.
[조성신 기자 robgud@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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