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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택 KBO 총재 내정자께, “정말 잘할 수 있으세요?” [김대호의 야구생각]
입력 2020-10-16 13:43  | 수정 2020-12-01 09:32
정지택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내정자
MK스포츠 김대호 기자
존경하는 정지택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내정자님.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사투를 벌이는 와중에도 계절은 어김없이 바뀌어 서울 근교 들판엔 누런 벼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프로야구도 마지막 수확의 계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마냥 기뻐할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기도 하지요.
올해는 모든 프로스포츠가 코로나19로 커다란 타격을 입었지만 규모가 가장 큰 프로야구는 그 상황이 너무도 심각합니다.

올 시즌이 끝나면 구단마다 사정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내년 살림을 거의 반 토막으로 줄여야 할지도 모릅니다.
직장을 잃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그리고 구단 직원들이 줄을 설 것이고, 매출은 뚝 떨어져 마케팅이나 홍보도 위축될 것입니다.
선수층은 엷어져 경기력은 눈에 띄게 약해질 것이고, 팬들의 성토는 거세질 것이 자명합니다.
무엇보다 운영자금이 고갈된 몇몇 구단은 붕괴 일보직전까지 몰릴 수도 있습니다.
존경하는 정지택 KBO 총재 내정자님.
저는 정지택 내정자님을 한 번도 뵌적이 없고, 전혀 모릅니다.
지난 13일 KBO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추대된 뒤 어떤 분인지 처음 알았습니다.
관료 출신에 두산 중공업 부회장을 지낸 전문 경영인이시더군요.
두산 베어스 구단주 대행을 12년 동안 역임하셨구요.
큰 기업을 경영하셨고, 구단주 대행도 오랫동안 하셨으니 야구단 사정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존경하는 정지택 KBO 총재 내정자님.
정말 죄송한 말씀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이 분이 KBO 총재로 ‘최선의 선택이었나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 KBO와 한국프로야구는 미증유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 비상시국에 필요한 총재상은 무엇일까 자문해 봅니다.
무엇보다 강력한 리더십이라고 생각합니다.
위기에 몰린 각 구단은 KBO를 향해 다양한 요구사항을 내놓을 것입니다.
당장 KBO에 조성돼 있는 야구기금 400억 원을 풀어 놓으라고 아우성칠 게 뻔합니다.
또 있습니다.
리그 가치를 끊임없이 훼손하고 있는 키움 히어로즈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합니다.
현 정운찬 총재는 여러 차례 키움 히어로즈 문제를 확실하게 처리할 기회가 있었지만 안일한 대응으로 실기하고 말았습니다.
정지택 KBO 총재 내정자님의 능력을 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단지 내정자님이 살아오신 이력으로 봤을 때 정글과도 같은 프로야구 시장을 잘 조율할지 솔직히 걱정이 앞섭니다.
존경하는 정지택 KBO 총재 내정자님.
일면식도 없는 제가 이런 글을 올려 죄송합니다.
그동안 저는 KBO 총재로 있으면서 수난만 당하고 물러난 분을 봤습니다.
KBO 총재를 만만히 보고 들어왔다가 낭패만 보고 떠난 분도 봤습니다.
정지택 내정자님께서는 부디 그런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MK스포츠 편집국장 dhkim@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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