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원에 달하는 서울시의 초대형 빌딩에 대한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대부분 시세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주거용 부동산' 공시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비주거용 오피스텔 공시지가의 경우 부처별로 과세표준 차이가 최대 27%까지 벌어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진성준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2019년 1000억원 이상의 가격으로 매매된 일부 고가빌딩 공시가격 현실화율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은 49.5%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 공동주택 68.1%, 토지 64.8%, 단독주택 53% 등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가장 비싸게 팔린 삼성SDS 타워의 경우 6280억원에 매각됐으나, 공시가격은 2949억원에 불과했고 시세반영률은 47.0%에 그쳤다. 시세반영률이 가장 낮았던 한진중공업 용산사옥의 경우 1618억원에 팔렸으나, 공시가격은 719억원으로 시세반영률은 44.4%에 불과했다.
그나마 시세반영률이 가장 높은 건물은 강남구 서울빌딩으로 실거래가 2400억원, 공시가격 1419억원이라 시세반영률은 59.1%로 절반을 살짝 넘긴 수준이었다.
[자료 = 진성준 의원실]
한편 서울 비주거용 오피스텔의 경우는 행정안전부의 재산세 시가표준액과 양도·상속·증여 기준에 되는 기준시가가 크게 차이가 났다.서울 강남구 A오피스텔 8층은 실거래가 3억1500만원이었다. 그러나 행안부 과세표준은 2억1300만원으로 현실화율이 67%였지만 국세청 기준시가는 2억 6300만원으로 현실화율이 83%에 달했다.
반면 관악구 남현동 D오피스의 경우 실거래가 1억1800만원이 행안부 과세표준은 4700만원으로 현실화율이 40%, 국세청 기준시가는 6800만원으로 현실화율이 58%에 불과했다.
노원구 F오피스의 경우 실거래가 9000만원이나, 행안부 공시가격은 5300만원 현실화율 59%, 국세청 기준시가는 7700만원 85%로 현실화율 차이가 27%가 나는 상황이다.
진성준 의원은 "이런 조사·분석 결과는 대형빌딩의 경우 심각한 세금 특혜, 오피스텔의 경우 '동일가격·동일세부담'의 공평과세 원칙이 크게 훼손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특히 정부가 주거용 부동산의 공시가격을 지속적으로 현실화하면서도, 빌딩·오피스텔 같은 비주거용 부동산은 2005년 참여정부에서 도입이 결정됐음에도 15년째 손을 놓고 있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일갈했다.
국토부는 비주거용 부동산 공시 여부에 대해 관계부처(기재부, 행안부, 국세청 등) 협의 및 내부 검토 중이라는 이유로 연구용역 보고서의 세부 내용조차 공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주거용 부동산 건물의 경우 지방세는 행정안전부, 국세인 상속·증여세는 국세청에서 개별적으로 각각의 기준시가와 시가표준액을 평가해 인력·재정 낭비도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진 의원은 "국토부는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공시가격 제도 도입을 위해서 행안부와 국세청을 강력하게 설득하고 올해 부동산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급격한 세부담 우려가 없도록 대형빌딩 등 고가부동산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미연 기자 enero20@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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