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의 한 교육지원청에서 근무하던 4급 공무원 A씨는 지난 2018년 퇴직 하루 만에 사립 고등학교의 교장으로 취임했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도서관에서 근무한 4급 공무원 B씨도 퇴직 하루 만에 한 사립 고등학교의 행정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근 10년간 서울시교육청 소속 공무원으로 일하다 하루 만에 사립학교로 자리를 옮긴 사례만 11건이었다.
15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09년 이후 시·도교육청 퇴직자의 사립학교 진출 현황'에 따르면, 교육청 소속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사립학교에 취직한 퇴직자는 최근 10여년간 전국에 86명으로 파악됐다.
시·도교육청별로는 △서울 37명 △부산 8명 △인천 4명 △대전 2명 △경기 5명 △강원 1명 △충북 1명 △충남 3명 △전북 9명 △전남 3명 △경북 2명 △경남 11명 등으로 집계됐다. 반면 대구·광주·울산·세종·제주 등 5개 교육청은 이 기간 동안 한 명도 퇴직 후 사립학교로 옮겨가지 않았다.
박 의원에 따르면 교육청 퇴직자만 지속적으로 채용한 '헌터사학'도 있었다. 경남의 창원동백학교는 3급 퇴직자를 2018년과 2020년에 연이어 교장으로 채용했다. 경남 외포중학교는 2014년, 2016년, 2017년에 걸쳐 지방서기관, 지방부이사관, 5급 상당 별정직을 각각 학교장으로 채용했다. 대전성세재활학교는 2011년, 2014년에 지방부이사관과 지방서기관을 교장으로 임명했다.
개정 공직자윤리법 시행에 따라 4급 이상의 공무원은 퇴직일로부터 3년간 사립학교에 취업할 수 없다. 예외적으로, 퇴직 전 5년간 소속한 부서·기관의 업무와 사립학교 간에 밀접한 관련성이 없다는 공직자윤리위원회 확인을 받으면 사립학교 취업이 가능하다. 개정법은 지난 6월 시행됐다. 그 이전에 사립학교로 취업한 4급 이상 공무원들은 별도 심사를 거치지 않았다.
박 의원은 "불과 며칠 전까지 이해관계가 있던 기관에 바로 재취업하는 행위를 국민 누구도 쉽게 납득할 수 없다"며 "전관예우 또는 '교피아' 의혹이 충분히 제기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퇴직자 재취업 이력 공시, 퇴직자·현직자 간 사건 관련 사적 접촉 전면 금지, 재취업 관련 부당행위 신고센터 등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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