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일 갈등에 따른 '일본여행 보이콧'에 이어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업계가 유례없는 위기를 맞으면서 결국 대규모 실직 사태가 일어났다. 정부의 지원 요청도 잇따르고 있다.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M&A)에 실패하며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이스타항공은 14일 직원 605명에 대한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항공업계 대규모 구조조정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8월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뒤 지난달 초 605명에게 해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1700명에 달했던 이스타항공 직원 수는 추후 2차 구조조정까지 실시하면 400여 명으로 줄어들게 됐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앞서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 일가와 여당, 정부를 향해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에 책임을 지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라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실직을 막기는 어려웠다. 이날부터 단식투쟁에 들어가 이 의원을 포함한 이스타항공 경영진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재매각을 추친하고 있는 만큼, 순조로운 회사 매각을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리스 항공기를 반납해 현재 6대만 보유하고 있어 필수 인력만으로 운영한 뒤 회사가 M&A 이후 정상화 되면 다시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스타항공은 매각주관사를 선정하고 이달 내 사전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기 위해 현재 8곳과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과의 M&A가 무산된 제주항공도 코로나19 사태에 경영 환경이 어려워 지면서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2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제주항공은 기안기금 자격이 된다고 밝힌 만큼 순조롭게 심의에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5일 열리는 기안기금 운용심의위원회에서 제주항공에 대한 지원 여부가 논의되며, 통과될 경우 약 1700억원 가량이 제주항공에 지원된다. 제주항공은 지난 8월 유상증자를 실시해 약 15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지만, 앞으로 1년 동안 1500억원 규모의 현금이 추가로 필요하다.
앞서 항공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1호 기안기금 지원 기업이 돼 2조4000억원 지원이 결정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 하에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한 뒤 재매각을 추진한다.
업계 1위의 대한항공도 이달 내 기안기금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여객사업에 어려움을 겪자 화물사업을 확대하며 성공적인 실적 방어에 나서 지난 2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하지만 글로벌 항공업계가 내년까지 코로나19 영향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어 빠른 여객 회복이 사실상 어렵고, 글로벌 항공사들이 앞다퉈 화물사업에 뛰어들면서 화물가격이 하락해 경영정상화에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유상증자는 물론 자산매각과 비용절감에 나서며 자구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송현동 부지 매각이 서울시의 공원화 계획으로 늦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자 기안기금 신청 시기와 규모를 논의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기안기금 규모는 1조원 가량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채권단과 협의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배윤경 기자 bykj@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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