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핫이슈] 정의선 현대차 회장, 노사관계 새 틀 짤 수 있을까
입력 2020-10-14 09:47  | 수정 2020-10-21 10:06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4일 오전 임시이사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됐다. 지난 2018년 9월 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2년 1개월 만이고 1999년 현대차 구매실장으로 입사한 때로 따지면 21년 만에 그룹 사령탑에 오른 셈이다. 정 회장은 2년 전부터 사실상 총수 역할을 맡았다. 그는 현대차그룹을 진두지휘하면서 임원과 직급체계를 간소화하고 유연근무제를 확대했으며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등 인사와 조직 혁신을 이끌었다. 자동차 산업이 친환경과 자율주행으로 판도가 변하는 것에 맞춰 넥쏘와 수소트럭를 양산하고 삼성과 SK, LG 등 국내 주요 그룹과 긴밀하게 협력하는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했다. 도심항공 모빌리티 사업부 신설과 그랩을 비롯한 모바일 플랫폼 투자, 싱가포르 혁신센터, 인도네시아 신공장 등 미래 신성장 분야로 눈을 돌린 것도 정 회장의 전략과 결단에서 나왔다.
하지만 그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신사업에서 충분한 수익을 창출하기 전까지는 기존 비즈니스 기반을 견고하게 유지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감소한 데다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자동차 시장 전망은 암울하다. 현대차그룹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지만 자동차 산업에 밀려오는 쓰나미를 피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수익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현대차그룹의 아킬레스건은 노사관계다. 노동생산성은 현대차의 경쟁력을 깎아 내리는 요인이다. 그동안 강성 노조에 회사가 밀리다 보니 고비용·저생산성 구조가 고착된 것이다. 올해는 노사가 기본급 동결에 합의하며 변화의 단초를 마련했지만 뿌리 깊은 노사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임금과 단체협상 관행 등 제도를 바꿔야 한다.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은 현대차그룹이 급성장했던 시기라 노조에 줄 게 많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전까지 노사는 고통을 분담하며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정의선 회장이 성공하려면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에 맞춰 노사관계의 새 틀을 짜야 한다. 여기에서 그의 리더십은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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