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유승준 씨(44·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가 병무청의 입국금지 조치에 대해 "엄연한 차별이자 인권침해"라고 비판했다.
유씨는 13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병무청장님'으로 시작하는 글을 올려 "영주권자가 시민권을 취득한 것 자체는 위법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면 마음을 바꾼 것이 위법한 일입니까? 아니면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위법한 일입니까"라고 밝혔다.
앞서 모종화 병무청장은 같은날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저는 우선 유승준이라는 용어를 쓰고 싶지 않다"며 "스티브 유는 한국 사람이 아니고 미국 사람"이라며 입국이 계속 금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스티브 유는 숭고한 병역 의무를 스스로 이탈했고, 국민에게 공정하게 병역의무를 이행한다고 누차 약속했음에도 그것을 거부했다"며 "(유씨가) 입국해서 연예계 활동을 국내에서 한다면 이 순간에도 병역의무를 하는 장병들이 얼마나 상실감이 크겠느냐"고 지적했다.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도 추방 이후 5년 뒤엔 재입국이 가능한데 입국금지가 유지되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신성한 병역의무를 수행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입국이 계속 금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유씨는 "2002년 당시 군대에 가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많은 분들께 실망감을 드린 점은 지금도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그 문제를 가지고 대한민국 안전보장 등을 이유로 무기한 입국금지 조치를 하고, 18년 7개월이 지난 지금도 당시와 똑같은 논리로 계속 입국을 거부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족과 함께 미국에 이민 가 영주권을 취득한 교포 신분으로 가수 활동을 했다"며 "당시 병역에 있어 지금과 같은 영주권자에 대한 제도적 고려가 없었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살려면 시민권을 취득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5년 동안 계속된 소송에서 대법원은 저에게 비자를 발급해줘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는데도 정부가 최근 저에 대한 비자발급을 다시 거부하고, 오늘 병무청장님이 입국금지가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점은 대단히 유감스럽고 부당한 처사라고 생각한다"면서 "최근 다시 제기한 소송에 대하여 법원의 올바른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유씨는 지난 1997년 국내에서 가수로 데뷔해 활동하던 중 2002년 1월 돌연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후 그는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을 면제받았다.
유씨는 지난 3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는데도 지난 7월 LA총영사관이 다시 비자발급을 거부하자 최근 다시 소송을 냈다.
[맹성규 기자 sgmaeng@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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