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입찰이 올해 들어 3차례 연속 유찰되면서 '공항 면세점 시대'가 빠르게 몰락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공항 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지며 치열한 입점 경쟁이 벌어졌으나 소비 패턴의 변화로 면세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쳤기 때문입니다.
◇ 면세점 주인찾기 또 실패…수의계약 하나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6개 구역의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한 3차 입찰의 유찰이 오늘(13일) 확정됐습니다.
전날 입찰 참여 업체 미달로 사실상 유찰되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이날 예정된 가격 제안서 및 사업 계획서를 받는 절차를 진행하지 않기로 한 데 따른 것입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원래는 입찰 참여 사업자를 대상으로 오늘 제안서를 받아야 하지만 이미 유효한 입찰이 성립하지 않는 상황이라 (제안서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6개 구역의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한 이번 입찰에는 대기업 1곳과 중견기업 1곳 등 2곳만 참여했습니다. 지난달 입찰 때와 마찬가지로 참여 업체 수 부족으로 경쟁 입찰이 성립하지 못한 것입니다.
거듭된 유찰로 이번 입찰에 참여한 업체에 한해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수의계약을 입찰 참여업체와 할 수 있다는) 그런 조항이 법적 규정에 있다는 것일 뿐 정해진 바는 없다"며 "재입찰을 비롯해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두고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코로나19 여파에 소비패턴도 변화…온라인 면세점 부상
해외 여행객의 주머니를 열게 만들었던 공항 면세점 인기가 이처럼 시들해진 데는 표면적으로는 코로나19의 영향이 큽니다. 여행객 급감으로 면세점 매출이 추락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소비패턴의 구조적 변화를 보지 않으면 최장 10년인 공항 면세점 사업권의 입찰이 계속 무산되는 것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입니다.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이 몇 개월 안에 나오면 내년 하반기에는 해외여행이 정상화될 가능성이 있으나 그렇더라도 공항 면세점이 과거와 같은 영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런 변화는 국내 면세업계의 '큰 손'인 중국인 보따리상은 주로 시내 면세점을 이용하는 가운데 내국인의 온라인 면세점 선호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면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온라인 면세품 구매 비중도 커졌습니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24조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매출 비중은 시내 면세점과 온라인 면세점, 공항 면세점이 5대 3대 2 수준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습니다.
한 면세업체 관계자는 "중국인 보따리상이 대부분 이용하는 시내 면세점의 비중이 가장 크다"며 "해외여행에 나선 내국인들의 온라인 구매 선호로 온라인 면세점 매출 비중이 공항 면세점보다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시내 면세점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온라인 면세점 시장을 놓고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시내 면세점 쪽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니 업체들이 온라인 면세점의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있는 온라인 매출 비중이 계속 커지는 추세"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전체 매출의 25~30%가 온라인 면세점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 상징성 큰 공항 면세점…"임대료 부담 덜어달라"
반대로 공항 면세점의 입지는 갈수록 축소되고 있습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시내 면세점에서 번 돈으로 공항 면세점의 적자를 메우는 상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공항 면세점은 여행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곳에 있어 업체들이 철수하는 극단적 상황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상징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유찰 문제도 업체 요구대로 임대료 부담이 작아지면 해결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한 면세업체 관계자는 "(여객 증감률에 연동해 조정되는) 최소 보장액이 여전히 높다"며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도 모르는데 안 그래도 공항 적자를 시내 면세점으로 메우는 상황에서 이런 리스크까지 떠안고 싶지는 않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임차료 구조를 '매출액 대비 몇 퍼센트'로 정해 부담을 덜어줬으면 하는 것이 업계의 바람"이라고 전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