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규제로 부동산 잡는다? 규제 전 부동산에 돈 몰렸다…주담대 9월 기준 역대 최대 폭증
입력 2020-10-13 12:00  | 수정 2020-10-20 12:06
지난 달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에서 은행 직원과 고객이 대출 관련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9월 들어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6조7000억원 늘어 역대 2위 규모로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승환 기자]

정부가 8·2 부동산대책 등 연이어 시장을 옥죄는 규제카드를 뽑아들었지만 시장은 규제가 강화되기 이전에 이미 부동산에 배팅한 상황이 한국은행 통계에서 드러났다. 9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9월 기준 역대 최대 폭으로 늘었다.
13일 한국은행은 9월 중 은행 가계대출이 9조6000억원, 은행 기업대출이 5조원 늘었다고 밝혔다. 가계대출 증가폭은 지난 달 8월에 이어 역대 2위 규모다. 가계대출 증가는 주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의 영향이 컸다. 9월 중 주택담보대출은 6조7000억원 증가했는데, 이는 2004년 통계 집계 이래 올해 2월(7조8000억원)에 이은 역대 5위 규모다. 9월 중 규모만 비교하면 역대 1위에 해당할 정도로 증가세가 가팔랐다.
한은은 주담대 폭증이 규제 강화 이전에 부동산 매매 및 전세 계약이 몰린 영향이라고 봤다. 윤옥자 한은 시장총괄팀장은 "주택 매매와 전세 관련 자금수요가 모두 이어졌으며, 규제가 강화되기 이전 시행된 집단대출 실행이 늘어난 영향으로 주담대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세대출 증가세가 가팔랐다. 9월 전세자금 대출은 3조5000억원으로 역대 9월 기준 최대액을 기록했으며 전체 기간으로 따져봐도 올해 2월(3조70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8일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전세가격이 올라있는 상황이 쉽게 내려가지는 않을 것 같다"며 "전세시장이 안정화되지 못해 안타깝다. 추가 대책을 계속 강구해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가 기대한 것보다 전세가 가격이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9월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담대가 이끄는 가운데 신용대출은 8월보다는 증가폭이 축소됐다. 9월 가계 기타대출은 3조원 늘어, 8월(5조7000억원)이나 7월(3조7000억원)보다 증가폭이 둔화됐다. 윤 팀장은 "9월 들어 카카오게임즈 공모, 10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공모를 위해 신용대출이 이어졌지만 추석 성과급이 지급된 영향이 겹쳐 증가폭이 완화됐다"고 밝혔다. 향후 증가를 두고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관리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4분기에는 가계 자금수요가 커지기 때문에 대출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기업대출은 대기업은 안정세를 보였지만 자금줄이 넉넉하지 않은 중소기업에서는 여전히 대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9월 은행 기업대출은 5조원 늘었는데, 대기업은 2조3000억원 줄어든 반면 중소기업에서는 7조3000억원 늘어 양극화를 보였다. 상대적으로 대기업은 유동성 확보가 원활해진 가운데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 반면, 중소기업·개인사업자는 여전히 자금난을 겪어 은행 문턱을 넘나든 것이다. 9월 중기 은행대출 증가폭은 9월 기준 역대 최대폭으로, 지난 4월(16조6000억원)이나 5월(13조3000억원)에 비해서는 줄었다.
최근 한은 설문 결과, 국내은행 대출 담당자들이 "중소기업은 신용위험이 여전히 높고 대출 수요가 계속 증가할 전망인 만큼 대출을 더 엄격하게 심사하겠다"고 밝힌 만큼 중기 대출 증가세에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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