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분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는 LG화학의 발표에도 잠정실적을 발표한 당일 주가는 오히려 약세를 보였습니다. 증권가는 호실적 기대감이 주가에 이미 반영돼 있었던 데다, 현대차의 코나EV(순수전기차) 대규모 리콜 결정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오늘(13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 3분기 매출 7조5073억 원, 영업이익 9021억 원의 잠정 실적을 기록했다고 전일 발표했습니다. 부문별 실적을 포함한 확정 실적은 오는 21일 발표할 예정입니다. LG화학이 확정 실적을 발표하기 전 잠정실적을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배터리 부문 분사를 결정한 데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을 완화하기 위해 '깜짝 실적'을 미리 발표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지난 3분기 LG화학 영업이익에 대한 증권사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7117억 원으로, 잠정실적은 이보다 27% 많았습니다. 석유화학 부문이 깜짝 실적을 주도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석유화학 부문의 영업이익은 769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0% 개선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고부가 합성수지(ABS)를 중심으로 한 스페셜티 제품 시황 강세에 범용 석유화학 제품의 시황 회복도 가세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ABS-아크릴로니트릴(AN)·부타디엔(BD)·스티렌모노머(SM) 스프레드(수익성 지표)는 지난 1분기 332달러, 2분기 534달러에서 3분기 811달러까지 급증했습니다. 이는 글로벌 가전수요 증가에 기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배터리 부문은 직전 분기와 비슷하거나 소폭 감소한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을 것이라고 증권가는 추정했습니다. 지난 2분기 배터리 부문 실적 성장을 견인했던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프로젝트의 역기저효과가 나타나겠지만, 전기차배터리 부문에서는 흑자 기조가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러나 잠정실적을 발표한 어제(12일) LG화학의 주가는 오히려 직전 거래일 대비 2만 원(2.89%) 빠진 67만2000원으로 마감됐습니다. 현대차가 화재 사고가 발생한 코나EV의 대규모 리콜을 결정한 영향으로 보입니다.
현대차는 지난 2017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제작된 코나EV 약 7만7000대를 리콜할 계획입니다. 해외에서 4건, 국내에서 9건의 코나EV 화재 사고가 발생한 영향입니다. 리콜은 배터리관리시스템(BMS)를 업데이트하고 배터리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교체하는 식으로 진행될 계획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자동차안전연구원의 결함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코나EV의 화재 원인을 양극판과 음극판 사이의 분리막 손상, 즉 셀 제조 불량으로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LG화학은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으며, 배터리 불량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에 대해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그 동안 잘 나가던 배터리에 리스크가 부각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특히 배터리 불량에 따른 전기차 화재는 LG화학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과 이익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추가 수주 시 경쟁자의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판매 가격 측면에서 후발주자와의 가격 격차도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 2018~2019년 ESS 화재 이후 LG화학 배터리 가격 프리미엄이 낮아졌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코나EV 리콜은 단기불확실성이나 과점적 배터리 시장 구도를 감안하면 제한적 영향이 예상된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도연 연구원도 "과거 ESS 화재 경험과 타이트한 전지 수급을 감안할 때 전기차 화재 이슈 또한 지나갈 악재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증권은 코나EV 리콜에 따른 LG화학의 비용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조현렬 연구원은 "화재에 대한 원인은 배터리 셀 결함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BMS 업데이트가 최우선 조치임을 감안하면 배터리 셀만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배터리 교체시 총체적 비용은 대당 1300만 원으로 추정하며 리콜 대상 차량의 10%가 배터리를 교체하면 약 1000억 원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배터리 셀·팩 업체와 완성차 업체가 공동으로 부담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