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원더우먼'(Wonder Woman)으로 유명한 이스라엘 배우 35살 갤 가돗이 고대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를 연기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현지시간으로 12일 이스라엘 언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이집트 언론 이집션스트리트 등에 따르면 가돗이 영화에서 클레오파트라 역할을 맡는 것을 놓고 소셜미디어에서 찬반 논쟁이 뜨겁습니다.
가돗은 11일 트위터를 통해 패티 젠킨스 감독이 클레오파트라를 주제로 제작할 새 영화에서 자신이 주연을 맡는다고 밝혔습니다.
젠킨스는 2017년 개봉해 큰 인기를 얻은 영화 원더우먼을 만든 감독인데 가돗과 다시 호흡을 맞추는 것입니다.
가돗은 "나는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클레오파트라는 내가 매우 오랫동안 얘기하고 싶었던 이야기"라고 말했습니다.
가돗이 새 영화에 대한 흥분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녀가 클레오파트라를 연기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 네티즌은 트위터에 "할리우드가 아랍권 여배우 대신 이스라엘 여배우에 클레오파트라 배역을 맡기는 것은 멍청한 생각"이라며 "갤 가돗, 당신도 수치스럽다. 당신의 나라는 아랍 영토를 빼앗고 당신은 그들(아랍권 배우들)의 배역을 빼앗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다른 네티즌은 "북아프리카 혈통의 배우를 (클레오파트라 배역으로) 캐스팅하는 게 어떠냐"며 "백인 배우들과 이스라엘인들에게 파라오와 아랍인 배역을 맡기는 게 지겹다. 갤 가돗이 클레오파트라가 돼서는 안 된다"고 썼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 가돗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은 아랍권과 이스라엘의 불편한 관계를 반영합니다.
많은 아랍인은 팔레스타인 문제, 수차례 중동전쟁 등을 이유로 이스라엘에 적대적 감정을 갖고 있습니다.
이집트는 아랍권에서 최초로 이스라엘과 수교한 국가이지만 이집트 국민 사이에서는 아직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습니다.
더구나 클레오파트라는 이집트가 자랑하는 역사적 인물이어서 아랍인들의 불편한 감정이 클 수 있습니다.
클레오파트라는 이집트 고대 프톨레마이오스(기원전 305년~기원전 30년) 왕조의 마지막 여왕을 지낸 매력적인 여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클레오파트라가 아랍인이나 흑인이 아니라 그리스 혈통이기 때문에 가돗이 배역을 맡는 게 이상하지 않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한 네티즌은 "클레오파트라는 이집트 통치자였지만 그녀는 그리스인이었다"며 "갤 가돗은 이 배역을 맡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유대인 혈통인 가돗의 영화 출연이 논란이 되기는 처음이 아닙니다.
원더우먼은 3년 전 레바논, 요르단, 카타르 등 중동 이슬람권 국가 여러 곳에서 상영이 취소됐습니다.
2004년 미스 이스라엘 선발대회 우승자인 가돗은 이스라엘군에서 2년간 복무했습니다.
또 2014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폭격했을 때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스라엘 방위군을 응원하는 글을 올려 '시오니스트(유대민족주의)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