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전체 유찰로 재입찰이 진행 중이던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사업권 입찰이 또 한번 엎어졌다. 공항 이용객이 급감하며 업체들이 높은 임대료 부담을 토로하면서 인천국제공항공사(공항공사) 측이 매출 연동 임대료로 전환하는 등 유인책을 내놨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업체의 부담이 커지면서 입찰 참여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12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공항공사는 이날까지 진행된 사업권 입찰 참가등록에서 대기업 1개사와 중소·중견기업 1개사가 지원했다고 밝혔다. 지원 업체는 대기업은 신세계면세점, 중견기업은 그랜드면세점로 알려졌다.
공항공사는 DF2(화장품·향수), DF3(주류·담배·포장식품), DF4(주류·담배), DF6(패션·잡화) 등과 중소·중견구역인 DF8·9 등 6개 구역의 사업권 입찰을 진행했다.
입찰 참가등록은 사업계획서와 가격입찰서 등 입찰제안서 제출에 앞서 진행됐다. 최종 입찰에 참가할 업체들은 이날까지 입찰 참가등록을 마치고 13일 입찰제안서를 제출해야 한다. 단 참가등록을 했더라도 서류 제출을 하지 않으면 최종적으로 입찰에 참가하지 않은 것이 된다.
그러나 최종 입찰에 앞서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에서 각각 1개씩만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최종 입찰에 앞서 경쟁 입찰 조건조차 성립하지 못했다. 공항공사의 입찰 공고에 따르면 구역당 최소 2개 업체 이상이 입찰해야 경쟁 입찰이 진행된다. 지난달 재입찰에서는 롯데(DF2·DF3·DF4), 신세계(DF6), 그랜드(DF8) 등 DF9를 제외한 구역에서 1개 업체씩만 입찰하면서 경쟁 입찰이 무산돼 유찰됐다.
2차례 유찰 상황이 발생하면서 공항공사가 경쟁입찰 대신 수의계약을 진행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국가계약법상 재입찰에서 입찰자나 낙찰자가 없을 경우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공항공사가 수의계약을 진행할 경우 대상은 13일 입찰에 참가하는 업체들에만 자격이 주어진다. 수의계약은 협상으로 계약조건을 바꿀 수 있는 만큼 면세점은 공개 입찰 때보다 더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할 수도 있다.
다만 가격입찰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항공사가 입찰 참가 업체 수를 공개한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단독으로 입찰한 업체가 최저금액으로 수의계약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종 입찰제안서 접수가 남은 상황에서 입찰의향서 제출 업체 수를 밝히는 것은 좀 의아한 상황"이라며 "더구나 현 입찰이 수의계약과도 연동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업체들의 불만은 더 커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입찰참여가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항공사가) 참여업체수를 밝히는 것은 (향후) 입찰과정에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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