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무자녀 30대도 강남 장기전세 입성한다고?
입력 2020-10-12 17:33  | 수정 2020-10-12 19:14
서울 강남구 핵심 요지에 5억원대로 20년간 전세를 살 수 있는 장기전세에 30대도 당첨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 40·50대 가장들이 3억원대 강북권 장기전세를 선호하다 보니 일부 강남 단지에는 '소득은 부족하지만 자본이 있는 30대'가 입성할 수 있었던 셈이다. 민간 전세 시장은 임대차법 시행으로 강북 핵심지 위주로 1억~3억원씩 전세가 오르는데 반해 공공이 제공하는 전세 시장은 강북이 강남보다 더 인기가 좋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2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따르면 지난 5월 입주자모집 공고를 한 제38차 장기전세(총 2316가구 모집)에서 일부 강남권 단지 당첨 커트라인이 18~22점을 기록했다. 장기전세란 무주택자에게 시세 대비 20% 이상 싼 가격에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권리를 주는 제도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때 만들어졌다. 소득 기준(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00%·4인 가족 기준 세전 622만원)을 맞추면 신청할 수 있어 보통 서울 내에선 외벌이 가장이 많이 신청하는 편이다. 나이, 서울 거주 기간, 자녀 수, 청약통장 납입 횟수 등을 근거로 점수를 산출해 당첨자를 가리며 똑같은 점수일 때는 자녀 수 등을 기준으로 입주자를 선정한다.
의외로 강남권은 점수대가 전반적으로 낮았다. 가령 역삼자이 전용 59㎡(전세보증금 5억5000만원)와 반포리체 전용 59㎡(5억4000만원)는 당첨 커트라인 22점이었고, 래미안도곡카운티 전용 59㎡(5억9000만원)의 당첨 커트라인은 18점에 불과했다. 30대 후반 무자녀 부부가 받을 수 있는 최대 점수는 22점이고 자녀 수에 따라 점수가 오르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 단지의 당첨 커트라인(18~22점)은 매우 낮은 편이다. SH공사 관계자는 "이번 장기전세 모집에서 강남권 단지에 당첨된 사람 중 30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강북권은 커트라인이 높았다. 상암월드컵파크 11단지 전용 84㎡(3억6000만원)는 커트라인이 28점에 2자녀였다. 동점자가 많아 다음 기준인 자녀 수까지 봤다는 의미다. 28점이 나오려면 최소한 40대 중·후반에 자녀가 2명 이상이어야 한다. 은평구 구파발 10-3단지 전용 84㎡(3억1000만원)도 커트라인이 27점이었다.
외벌이 가장에겐 시세보다 싸다지만 보증금이 5억원에 달하는 강남권보다 전세보증금 3억원대인 비강남권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나현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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