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쟁은 韓·美의 고난"…BTS 수상 소감에 中누리꾼 집단 분노

전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밴플리트 상'을 받으면서 한국전쟁 70주년을 언급하자 중국 누리끈들이 분노의 보이콧(집단 불매운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공산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 금지되는 등 표현의 자유가 엄격히 제한됐지만 애국심을 강조하는 집단 행동만큼은 자주 일어난다.
12일(현지시간)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BTS 리더 RM(김남준)이 밴 플리트 상 수상 소감에서 한국전쟁 70주년을 '한·미 양국 고난의 역사'로 표현한 것을 두고 자국 누리꾼들이 분노를 표했다고 전했다. 앞서 BTS는 7일 미국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주는 밴플리트 상을 받았다. RM은 수상 소감에서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이다. 우리는 양국(한국과 미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누리꾼들은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를 통해 "중국의 존엄성을 해치는 행위를 용서할 수 없다"면서 BTS 팬클럽인 '아미' 탈퇴를 선언하는가 하면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 S20 BTS 에디션 판매 중지 소식을 게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S20 BTS 에디션은 지난 7월 출시돼 판매 중이다. 중국 누리꾼들은 삼성전자 중국 사이트의 BTS 에디션 화면을 캡처해 올리면서 "삼성은 이 휴대폰을 깨끗이 처리하라"라는 황당한 멘트를 남기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한국전쟁에 자국 군대가 참전한 것을 두고 '항미원조'라고 시민들에게 강조해왔다. 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왔다는 것이다. 시 주석이 이끄는 중국 정부는 특히 지난해 말에 이어 올해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사태로 전세계에서 '반중정서'(중국에 대한 반감)가 커지고 미국과의 갈등이 심해지자 애국주의와 영웅·고난극복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누리꾼들이 애국 보이콧에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앞서 지난 해 10월 미국 프로농구(NBA) 명문 구단인 휴스턴 로키츠의 데릴 모레이 단장이 "자유를 위해 싸우는 홍콩 시위대와 함께 한다"는 지지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중국 기업의 '스폰서 중단' 압력과 중국 팬들의 보이콧 운동에 일어나 NBA 단장이 직접 사과·해명에 나서는 소동이 벌어진 바 있다. 이어 12월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날에서 뛰는 '월드 스타' 축구선수 메수트 외질 선수가 중국 당국의 인권 탄압을 받는 위구르 족들을 공개 응원하고 나서자 중국 누리꾼들이 EPL에 등돌리겠다고 위협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중국 내에서는 시 주석과 공산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 엄격히 제한된다. 지난 달 베이징 제2중급인민법원은 시 주석과 공산당 지도부의 코로나19 대처를 비판한 부동산 재벌 런즈창에 부패 혐의로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런즈창은 지난 3월 시 주석을 '광대'라고 지적했다가 행방 불명됐었다. 이밖에 지난 2월 우한 상황을 취재하며 지도부의 안이한 대처를 비판하던 시민 기자들도 종적을 감춘 바 있다.
[김인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