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 선거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것과 관련해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WTO를 개혁할 적임자임을 계속 강조해 나가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WTO 사무총장 선거 지원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남은 기간 동안 정상외교를 통한 지원을 지속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 본부장은 WTO 사무총장 선거 최종 3차 라운드에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와 함께 진출한 상태다.
문 대통령이 이날 WTO 사무총장 선거 대책을 위한 전례없는 대책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은 정부 역량을 총 집결해 유 본부장이 반드시 당선되게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날 회의에는 강경화 외교부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외교통상 분야 장관들은 물론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도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등 3실장 모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정 총리에게 "총리외교에 적극 나서달라"고 했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총리 시절 방문했던 나라들에 대해 외교적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표는 이날 회의엔 참석하지 않았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 회의는 정부의 가용역량을 최대한 동원하고, 역할을 분담해 (유 본부장을) 체계적으로 지원하자는 게 결론이었다"고 전했다.
청와대 안팎에선 문 대통령의 이같은 전폭적인 지원을 두고 참여정부 시절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전폭 지원한 사실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 총리는 "쉽지 않은 승부에서 최종 라운드까지 진출한 것은 대통령의 지원과 후보자 본인의 노력이 결합한 결과"라고 평가한 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강경화 장관은 "우리 후보가 단연 빛나는 상황이다. 짧은 시간 집중적 캠페인이 중요하다"고 했고, 성윤모 장관은 "우리 후보의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열세였으나 상승세를 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현종 2차장은 "다자무역을 복원할 후보라는 명분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유 본부장은 이날 회의에서 "대통령께서 선거 시작 시점부터 적극 지원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며 "10월 19일부터 27일까지 최종 라운드 기간인데, 지역별로 고른 득표를 받고 모든 WTO 회원국들의 지지를 받는 사무총장이 될 수 있게 남은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지지교섭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보고했다.
유 본부장은 선거 운동 차 13일 출국해 스위스 제네바와 유럽 주요국들을 방문한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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