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은 임신 25주 2일 만에 몸무게 840g으로 태어난 초극소 미숙아 네히미아 밀러(Nehemiah Miller·남)가 신생아중환자실에서 한 달 동안 집중 치료를 받고 미국 하와이 병원으로 성공적으로 이송됐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한미 의료진의 이송작전은 코로나19 위기 상황 속에서 안전하고 면밀히 이뤄져 한미 간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 공조가 의료분야에서 빛을 발한 성공적인 결과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주한 미군 자녀인 네히미아는 지난 8월 17일 임신 25주 2일만에 서울성모병원에서 태어났다. 조산아로 태어난 네히미아는 곧바로 신생아중환자실(NICU)로 옮겨졌다. 출산 당시 체중이 1000g 미만인 초극소 저체중 출생아였다. 미숙아는 말 그대로 전신의 모든 장기가 미숙한 상태로 태어난다. 특히 출생 초기에는 폐포가 확장된 상태를 유지시키기 위한 폐표면활성제가 부족해 고농도 산소 치료 및 기계 환기 치료를 필요로 하게 되는 신생아 호흡곤란증후군을 겪을 위험이 높다. 이와 더불어 전신의 적절한 순환 상태와 전해질 균형을 유지시키기가 매우 까다롭고, 뇌실내출혈, 동맥관 개존증, 괴사성 장염, 미숙아 망막증 등 심각한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다. 때문에 미숙아는 초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네히미아는 태내 심박수 감소 소견을 보여 응급 제왕절개수술을 통해 출생했다. 태어날 당시 울음이나 활동성이 없어 기도 삽관을 시행하고, 계면활성제 투여 후 신생아집중치료실로 입실해 고빈도 환기 요법으로 기계 환기 치료를 시작했다. 840g의 작은 몸으로 태어난 네히미아는 피부도 매우 연약하고, 부종도 심해 가벼운 처치를 할 때도 매우 조심해야 했다. 혈압을 유지하고 영양을 공급하기 위한 수액과 여러 약제를 투여하기 위해 제대 정맥 카테터와 말초 정맥 혈관을 확보했다. 이 모든 것이 매우 급박하게 이뤄진 순간 순간이었다.
특히 네히미아는 초극소 미숙아에게 발생하는 '동맥관 개존증'을 치료하기 위해 동맥관이 닫히는 수술도 받았다. 자궁에는 태아의 혈액 순환을 위해 대동맥과 폐동맥 사이를 연결하는 동맥관이 있는데, 정상 분만의 경우 출생 후 태아 혈액순환에서 신생아 혈액순환으로 바뀌면서 동맥관이 자연스럽게 닫히지만 미숙아는 출생 후에도 동맥관이 열려 있으며 이를 동맥관 개존증이라고 한다.
서울성모병원에서 몸무게 840g으로 태어난 초극소 미숙아 네히미아 밀러(Nehemiah Miller·남)가 한 달 동안 집중 치료를 받고 미국 하와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 브라이언 올굿 육군 병원 공보부(Brian D. Allgood Army Community Hospital Public Affairs) 제공]
한 달 간의 집중치료 덕분에 네히미아는 1,326g으로, 출생 체중보다 무려 500g 가까이 체중이 늘었다. 동맥관 개존증 수술 후 혈압을 목표 범위로 유지하기 위한 승압제 소량과 항생제를 아직 투여받고 있기는 했지만, 활력징후도 안정적이고 활동성도 많이 호전된 상태였다. 고빈도 환기 요법도 완료했고, 점차적으로 호흡 보조 강도도 낮출 것을 계획하던 차였다.네히미아는 아버지의 근무지가 변경되면서 지난 9월 17일 오산공군기지에서 KC-135를 타고 비행길에 올랐다. 아버지 다비온 밀러 상병은 하와이 호놀룰루에 위치한 포트 샤프터(Fort Shafter)에 발령을 받아 네히미아는 하와이 호놀룰루에 위치한 트리플러 육군병원(Tripler Army Medical Center)에서 장기간 치료를 받게 됐다.
이송 당일, 신생아 이송 시스템(NTS)이 갖춰진 앰뷸런스 한 대가 서울성모병원에 도착했다. 미군 평택 캠프 험프리스 기지에 위치한 브라이언 올굿 육군 병원(Brian D. Allgood Army Community Hospital, BDAACH)의 이송팀은 네히미아를 태우고 오산공군기지로 향했다. 미군 신생아 중환자 의료 서비스 항공후송팀은 이송 중 아이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했다. 네히미아는 마치 이송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듯, 건강한 모습으로 씩씩하게 버텨주었다.
주치의였던 소아청소년과 성인경 교수(가톨릭산모·신생아집중치료센터소장)와 염숙경 교수는 "네히미아가 초극소 미숙아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견뎌내야 할 일들이 있겠지만, 부모님의 사랑과 의료진의 손길로 잘 극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안전한 이송을 위해 애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며, 네히미아가 잘 성장해 엄마 아빠 품으로 웃으며 돌아갈 수 있는 행복한 날이 오길 서울성모병원 NICU 의료진이 모두 한 마음으로 소망한다"고 밝혔다.
서울성모병원은 주한미군의 주요 협력 병원으로 매년 많은 미군 환자가 내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 국제진료센터는 미군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이번 신생아 이송을 원활히 진행했다.
코로나19의 전세계 대유행으로 전염병 전파를 차단하며 정상적인 환자 치료의 어려움이 있지만 이번 신생아 이송은 서울성모병원의 안전한 진료 환경을 다시금 입증했으며 우수한 상급 NICU 시스템으로 또 한 명의 귀중한 생명을 살리는데 큰 기여를 했다.
한편 서울성모병원은 다학제 협진을 통해 선천성 기형아, 미숙아 등 중증 신생아를 집중 치료하는 신생아 중환자실을 50병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국내 의료기관이 어려운 경영 여건으로 저수가 등 수익성 없는 사업을 기피하는 현상과는 반대로 서울성모병원은 신생아 집중 치료에 대한 수요에 적극 대처하고 가톨릭 생명존중 문화 부흥에 선도적 역할을 하고자 2017년부터 신생아중환자실 병상을 30병상에서 50병상으로 확대해 운영 중이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