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탁결제원이 제2의 옵티머스 사태를 막기 위한 사모펀드 관리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사모펀드 전자등록 시스템을 통해 운용 투명성을 높여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방침이다.
예탁원은 '펀드자산 잔고대사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 집합투자업자(운용명세)와 신탁업자(신탁명세)의 상호 대사·검증을 지원하겠다고 12일 밝혔다.
김용창 예탁원 사모펀드투명성강화추진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시스템 도입 취지에 대해 "공모펀드의 경우 시장의 표준이 정해져있어 큰 문제가 없으나 사모펀드의 경우 비시장자산은 관리 표준이 존재하지 않아 정보 격차가 생겨나고 있다"며 "이 정보 차이로 관리 실패가 생길 개연성이 있어 시스템을 통해 이를 보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잇따른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투자자들이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예탁원은 지난 8월 옵티머스 사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사모펀드투명성강화추진단'을 설치하고, 펀드 전문인력 9명을 투입했다. 이후 금융당국, 집합투자업자, 신탁업자 등 약 40여개의 자산운용업계 관련 기관의 의견을 청취했다.
예탁원은 자산운용사업 인프라인 펀드넷(FundNet)을 활용해 전자등록·예탁되지 않는 비정형 자산에 대한 '투자대상자산 표준코드 관리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펀드자산 잔고대사 지원시스템' 구축해 집합투자업자와 신탁업자의 상호 대사·검증을 지원할 계획이다.
펀드 자산을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자산별로 표준코드를 부여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현재 증권 부분(채무증권, 지분증권, 파생결합증권, 투자계약증권, 수익증권)의 경우 표준코드가 있으나 사모사채, 금융상품, 비증권·비금융상품의 경우 별도 코드가 없는 상황이다.
현재 펀드넷은 공모펀드와 시장성 자산에 대한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아직 사모펀드와 사모펀드가 주로 투자하는 비시장성자산은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 단장은 "비증권, 비금융상품은 거래 상대방의 특수 인적 관계가 있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굉장히 정보가 제한적"이라며 "업계와 협의를 통해 자산운용사의 전략을 노출하지 않는 범위에서 정보공개 범위를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탁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비시장성 자산에 대해 업계 공통의 'KSD표준코드'를 부여할 예정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비시장성 자산에 대한 투자계약서 작성·체결 업무를 위한 전자계약·전자문서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자산명세, 자산 실재성, 펀드 운용방식을 점검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김 단장은 "공모펀드 시장에서는 운용사가 펀드넷을 이용하지 않으면 업무처리가 거부될 수 있어 자연적인 업무 생태계가 구성되고 있다"며 "사모펀드 시장에서도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의 효용이 크기 때문에 강제하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hjk@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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